2011년부터 빛을 보기 시작한 최운정. 그는 골프와 공부를 병행하며 LPGA 투어 무대를 누비고 있다. [고성진 프리랜서]
여유로운 늦깎이
노력파 최운정의 골프는 2011년부터 조금씩 빛을 봤다.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데뷔 3년 만에 처음으로 톱 10에 드는 등 두 차례 톱 10으로 상금랭킹 35위에 올랐다. 2012년 상금랭킹 20위, 2013년에는 17위를 했다. 지난해에는 우승만 못했을 뿐 31개 대회에서 10번이나 톱 10에 들었다. 상금은 100만 달러를 넘겨 10위(104만8932달러·약 11억3700만원)를 했다. 한국 선수 중 박인비, 유소연에 이어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이었다. “첫 해, 둘째 해에는 2라운드 때 성적이 잘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3년차 때부터는 3라운드에 잘 안 됐고, 2012년부터는 마지막 라운드에 잘 안 되더라고요. 못 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몰아치기가 안 나온 게 조금 아쉬워요. 하지만 그것도 좋아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목표에 조금씩 더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운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낙천적이다. 골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고 성적에 대해서도 집착하는 편이 아니다. 지난해 2개 대회에서 컷 탈락을 한 최운정은 3라운드가 열린 토요일에 대회장 인근에서 신나게 관광을 하면서 머리를 식혔다. “잘 하든, 못 하든 경기가 끝나면 아쉬운 건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경기를 마치면 제가 보완해야 할 점만 생각해요. 다음에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돌아봐요. 그러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요.”
코스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성격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았다. 아버지 최지연씨는 2007년까지 경찰관 생활을 했다. 고지식할 정도로 청렴하고 정직했던 아버지 최씨는 골프를 택한 딸에게 늘 책임감을 강조했다. 골프장에 나가면 날씨나 코스 상태는 다 핑계가 될 뿐 경기에 대한 모든 책임은 선수 자신에게 있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최운정은 샷에 대한 결과는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결정했으면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가 됐다.
1990년생인 최운정은 지난해 늦깎이로 대학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년 만에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하는 향학열을 보였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국내에 머무를 시간도 별로 없을 그에게 대학 공부가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최운정의 생각은 확고했다. 투어가 몇 주라도 없으면 귀국해 학교에 간 그는 시즌을 마친 뒤에는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거의 스케줄을 잡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미국에 막 건너갔을 때는 골프와 학교 공부를 병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을 접고 있었어요. 하지만 투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다보니 골프를 좀 더 전문적으로 알고 싶었어요. 제 골프를 위해서도 더 배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운동 생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제 몸에 대해 알게 됐고, 골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게 재미있어요. 물론 힘들긴 하지만 더 열심히 하고 싶을 만큼 학교 공부가 너무 좋아요.”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