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모범상을 받은 최운정. 그는 "주위 분들에게도 그동안 너무 많은 걸 받았다. 아직은 드러낼 정도가 못되지만 앞으로 더 나누는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고성진 프리랜서]
한국인 최초 LPGA 투어 모범상 수상
투어 7년차가 된 최운정은 올해 목표를 우승으로 잡았다. 26번이나 톱 10에 들었지만 우승 문턱에서 물러섰던 아쉬움을 꼭 풀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우승 없이도 상금랭킹 10위에 올라 최고의 해를 보냈던 그의 목표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처음 LPGA 투어에 데뷔했을 때는 투어 카드를 받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지금은 일단 우승을 하면 좋겠어요. 그 이후는 우승한 뒤에 차근차근히 생각해 봐야죠. 뭐든지 빨리 이루기보다 노력해 조금씩 다가가는 스타일이고,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결과는 따라올 거라 믿어요. 물론 매 시합 우승을 목표로 하겠지만 제가 준비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마음껏 즐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부상 없이 투어 생활을 즐기면서 조금씩 다가서다 보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최운정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최운정은 2009년 투어 데뷔 후 시즌마다 출전 자격이 있는 대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섰다. 지난해에는 32개 대회 중 31개 대회에 출전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몇 개 대회에 출전한 뒤 1, 2개 대회를 쉬지만 최운정은 쉼 없이 달렸다. “대회에 나가는 게 힘들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아요. 여전히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주 너무 즐거워요. 매주 우승을 위해 경기를 하기 때문에 경쟁 심리가 없을 수는 없지만 한국은 물론 외국 선수들과도 두루 친한 편이에요.”
최운정은 여유로운 성격만큼이나 주위를 잘 돌아볼 줄 안다. 최운정은 지난해 11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투어 ‘윌리엄 앤 마우지 파월’ 상을 받았다. 이 상은 1900년대 중반 할리우드를 대표한 배우인 윌리엄 파월과 그의 아내 마우지의 이름을 따 제정되었으며, 투어 내 동료들과 잘 어울리면서 모범적인 투어 활동을 한 선수에게 수여된다.
최운정은 스테이시 루이스, 리젯 살라스(이상 미국) 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86년 처음 제정된 이래 한국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동료 선수들의 투표로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저도 다른 선수들처럼 처음 미국 투어에 진출했을 때는 영어도 못하고 생활도 몰라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 때 동료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죠. 잘 모르면 다가가 물어보는 편인데, 한국 사람이 영어를 하는 걸 귀엽게 봐줬고 덕분에 편한 점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도 주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상을 받으니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겼어요(웃음).”
최운정은 LPGA 투어에 진출한 뒤 다니는 절(삼천사)을 통해 한 요양원에 정기적인 기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액수나 내용은 밝히길 거부했다. “어릴 때부터 기도해주시고 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주신 분(성운스님)이 계세요. 투어 동료들에게도 그렇고 스폰서나 지인 등 주위 분들에게도 그동안 너무 많은 걸 받았어요. 아직은 드러낼 정도가 못되지만 앞으로 더 나누는 멋진 삶을 살고 싶어요.”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