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골프를 시작한 박주영은 늦게 꽃 핀이다. LPGA 투어 Q스쿨에서 11위를 하고도 대기 신분이 되었지만 그는 늦게 핀 만큼 더 활짝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박준석기자]
지난해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을 공동 11위로 통과한 박주영(호반건설)은 2015년 시즌이 시작됐지만 아직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예년의 경우 Q스쿨 20위 안에 들면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지만 올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메디컬 익스텐션 등으로 휴식기를 가졌던 13명의 선수가 필드로 복귀하면서 설 자리가 없어졌다.
첫 대회인 코츠 챔피언십과 두 번째 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모두 시드 순위 7,8번까지만 출전권을 받으면서 박주영은 대기 선수 신분이 됐다. 두 대회 모두 먼데이 퀄리파잉을 치렀지만 출전권을 얻는데 실패했다."퓨어실크 대회 때는 대기 3번이었어요. 바하마까지 가서 기다렸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죠. 먼데이 퀄리파잉도 1타 차 3위로 밀려서 바하마까지 가서 휴양하고 온 셈이 됐어요. 빨리 시합하고 싶지만 기회가 오지 않네요.(웃음)"
박주영은 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박희영(하나금융그룹)의 동생으로 유명하다. 지난 해 말 자신 몰래 Q스쿨을 신청한 언니의 바람에 따라 미국 무대에 도전했고 덜컥 합격해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모두의 기대와 달리 그는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반기에는 대기만 하다가 나갈 수 없는 대회가 꽤 될 것 같아요. 김세영이나 장하나가 첫 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조급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골프를 하루, 이틀 할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 제 골프 인생이 원래 빠른 편이 아니었듯이 이번에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차근차근 올라가야죠."
중학교 때 골프를 시작한 박주영은 늦게 핀 꽃이다.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해 엘리트 코스를 두루 밟은 언니 박희영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다. 국가대표는 꿈꿀 수도 없었고 18세 때인 2008년 프로가 됐지만 아직까지 우승이 없다. 박주영은 "언니를 보면서 골프를 하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막상 해보니 정말 어려웠다. 언니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고 이 길이 내 길이 맞을까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한 걸음씩 성장한 게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욕심내지 않고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신장 1m68cm인 박주영은 평균 270야드 이상을 날리는 장타자다. 국내 투어에서 활동했을 당시 김세영(미래에셋)-장하나(비씨카드) 등과 장타를 겨뤘다. 국내에서는 우승이 없지만 아웃오브바운스(OB)가 없고 도그레그 홀도 많지 않은 미국 코스에 더 적합하리란 평가를 받는다. 박주영은 "키가 20cm 이상 큰 선수랑 쳐서 더 멀리 보내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은 OB도 없고 어느 골프장을 가도 회원증만 있으면 카트비 정도만 내고 무료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연습 환경이 최고라 나도 모르게 골프가 좋아지는 것 같다. 정말 잘 온 것 같다"고 했다.
박주영은 다음 주 호주에서 열리는 호주여자오픈에서 첫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Q스쿨 공동 11위를 하고도 대기 신분이 되었지만 그는 늦게 핀 만큼 더 활짝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성적이 나면 TV 중계 화면에 잡혔지만 미국에서는 진짜 잘 하지 않으면 정말 무명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지만 정말 후회없을 만큼 열심히 운동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려고요. 그럼 만약 실패한다 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웃음)"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