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플레이가 장점이었던 김세영. 그는 선두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며 경쟁자 스테이시 루이스에게 역전을 헌납했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에게 ‘수비 골프’는 정말 힘들었던 것일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2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김세영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샷이 흔들리며 버디 5개, 보기 4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3오버파를 쳤다. 최종 합계 7언더파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 진입 전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에게 3타 차 앞서 있었다. 이날은 강풍이 예고됐고 메이저 무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3타가 결코 적은 타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김세영은 이날 12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해 루이스에게 첫 역전을 허용했다. 14번 홀에서는 좀처럼 하지 않는 4퍼트까지 하며 무너졌다.
김세영에게 수비골프는 가혹했다. “방어적으로 경기를 펼쳤을 때는 주로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던 김세영의 성향과 맞지 않는 수비골프였다. 여기에 프로에서 올린 6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만큼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경험이 적었던 점도 아쉬웠다.
김세영은 선두라는 압박감과 메이저의 중압감을 결국 떨쳐내지 못했다. 두둑한 배짱을 자랑했던 김세영이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페어웨이 적중률 50%, 그린 적중률 61%를 기록 하는 등 샷이 흔들렸다. 후반 9홀에서는 러프에 샷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 아이언 샷과 어프로치 샷에 고전했다. 샷이 제대로 임팩트되지 않아 약간의 토핑이나 뒤땅도 나왔다.
3라운드까지 빼어난 퍼트감을 자랑했지만 이날은 3퍼트는 물론이고 4퍼트까지 했다. 승부가 갈렸던 후반 9홀에서 김세영은 1m 안팎의 퍼트를 2개나 놓치는 등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김세영은 3라운드까지 20개 후반대의 퍼트를 하다 최종 라운드에서 31개로 치솟았다. JTBC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김세영이 긴장을 많이 한 듯하다. 평소 루틴과 달리 머뭇거리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세영은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김세영은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다음에도 유사한 상황이 다가온다면 오늘 플레이 했던 경험을 토대로 준비를 할 것이다. 많이 배웠고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반 라운드를 펼쳤던 세계 톱랭커인 루이스를 지켜본 것도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만 22세인 김세영은 아직 어리다.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이미 1승을 거두며 경쟁력을 증명한 김세영이 경험까지 더한다면 더 매서워질 수 있다. 쓴약을 먹고 더욱 힘을 낼 김세영의 앞날이 궁금하다.
서창우 기자 seo.ch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