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은 롯데 챔피언십을 자신만의 메이저 대회라고 생각하며 굳은 마음가짐으로 샷을 날리고 있다.
김인경의 퍼트가 살아났다.
김인경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0언더파가 된 김인경은 김세영과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26개였던 퍼트 수는 1개 늘어 27개를 기록했다. 그린을 5차례 놓치고도 수준급의 퍼트를 선보이며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김인경의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 5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을 2번이나 했다. 기아 클래식 공동 19위가 최고 성적이다. 샷과 컨디션은 괜찮았지만 퍼트가 문제였다. 김인경의 평균 퍼트 수는 30.75개까지 치솟았다. LPGA 투어에서 하위권의 수치다. 그래서 김인경은 지난 2개월 동안 퍼트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는 “초반에 생각처럼 퍼트가 잘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 2개월간 퍼트에 심혈을 기울였다”라고 털어놓았다.
1라운드에서 퍼트 수가 26개였다. 특히 마지막 5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낚으며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3연속 버디를 낚았던 7~9번 홀에서 3~5m 내 퍼트를 모두 성공시키며 쾌조의 감을 뽐냈다. 김인경은 “퍼트가 잘 됐고, 정말 견고한 경기를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마지막 9번 홀에서는 땅거미가 져서 티박스에서 타깃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어둠을 뚫고 티샷을 날린 그는 핀 오른쪽을 향해 세컨드 샷을 했다. 그리고 3.5m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린 뒤 기분 좋게 홀아웃했다. 김인경은 “마지막 조였고, 바람 계산이 힘들어서 경기 시간이 오래 걸렸다. 17번째 홀까지 괜찮았는데 마지막 홀에서는 날이 어두워져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홀아웃까지 5시간이 걸렸다.
매 샷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인경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우승 가뭄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경은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LPGA 투어 3승째를 거둔 뒤 4년 5개월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30cm 퍼트를 빼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친 뒤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연장전에서 패해 ‘비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지금까지 5번의 연장전에서 모두 패했다. 김인경은 지난해 유럽여자프로골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악몽 탈출의 신호탄을 쐈다. 완전한 압승이었음에도 그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LPGA 투어에서 우승해야 진정한 부활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메인 스폰서가 한화로 바뀐 김인경은 묵묵히 예전의 날카로운 감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멘털적인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자기주문으로 자신과 싸우고 있다.
김인경은 2년 전 하와이에서 4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바람 때문에 브리티시 오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굳게 마음을 먹고 나왔다”고 했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를 ‘자신만의 메이저 대회’라고 생각하며 우승을 향해 혼신의 샷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JTBC 골프는 대회 2라운드를 17일 오전 8시부터 생중계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