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문 1위를 독식하고 있는 김세영은 신인상은 물론이고 루키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상 수상도 겨냥하고 있다. [사진 롯데]
김세영(22·미래에셋)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대 최고의 신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19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을 석권한 김세영은 벌써 시즌 2승을 챙겼다. LPGA 투어 역대 신인 중 최고의 페이스다. 김세영은 올해 9개 대회 중 8차례 출전해 우승 두 번, 4위, 5위, 6위 각 한 번씩을 기록하고 있다. 컷 탈락은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이 유일하다.
롯데 챔피언십의 우승 상금 27만 달러(약 2억9000만원)를 더한 김세영은 69만9735달러(약 7억5000만원)로 올 시즌 상금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신인상 포인트(626점)와 올해의 선수상(85점) 부문에서도 선두로 올라서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신인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 수상도 겨냥할 만하다.
1990년대 이후 L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루키는 박세리(38·하나금융)와 신지애(27), 리디아 고(17·캘러웨이)다. 박세리가 1998년 4승을 거두며 신인 최다승을 수확했다. 신지애와 리디아 고는 각 3승씩 챙겼다. 3명 모두 압도적인 레이스로 신인상도 차지했다.
기록 면에서는 박세리가 단연 돋보였다. 박세리는 LPGA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했다. LPGA 챔피언십을 거머쥔 박세리는 통산 2승째도 US 여자오픈이라는 메이저에서 거둬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렇지만 박세리는 안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타이틀은 신인상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그해 박세리는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신지애는 2009년 신인 때 메이저 1승을 포함한 3승을 챙겼다. 첫 대회 컷 탈락 이후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해 김세영과 행보가 똑같았다. 하지만 두 번째 우승컵을 획득하기까지 10개 대회가 더 필요했다. 김세영은 첫 우승 후 6개 대회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신지애는 2009년 3승으로 상금랭킹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여제 탄생을 알리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3승을 수확했다. 특히 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타이틀 홀더스에서 우승하면서 잭팟을 터트렸다. 메이저 우승은 없었지만 최종전 우승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리디아 고는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가 신설된 뒤 처음으로 1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그렇지만 리디아 고는 출전 9번째 대회 만에 프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세영보다 7개 대회가 늦었다.
김세영이 박세리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우승 횟수도 중요하지만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서는 게 중요하다. 롯데 챔피언십에서 칩인 파와 샷 이글로 2번 연속 기적을 일으키며 소름 돋는 경기력을 뽐낸 김세영은 이미 ‘역전의 여왕’으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김세영에게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바로 장타다. 신지애와 리디아 고가 갖고 있지 못한 파워가 있기 때문에 코스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최근 추세에 맞춤형 스타라고 볼 수 있다. 김세영은 국내 투어에서 5승을 챙기는 등 프로 경험을 이미 충분히 쌓았다. 이런 경험은 시행착오 없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준비된 신인’ 김세영의 앞으로 행보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시즌 2승으로 자신감이 충만한 데다 장기 레이스를 끌고 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경험도 있다. 게다가 장타로 한방을 터트려줄 수 있는 무기까지 갖췄다. 어쩌면 천운까지도 김세영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