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잉크스터는 55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
1960년생, 55세의 현역 줄리 잉크스터(미국)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의 '살아있는 전설' 이다. 선수들이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 1순위다. 1983년 LPGA 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33년째 투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임신했을 때도 투어 생활을 계속했다.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도 단 한 시즌도 건너뛰지 않은 현역 '워킹 맘' 이다.
16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린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만난 잉크스터는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드라이브 샷 거리만 10~20야드 덜 나갈 뿐 딸 또래 선수들과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잉크스터는 백전노장답게 쇼트 게임이 뛰어나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80개로 28위다.
잉크스터는 롱런 비결로 '밸런스' 를 꼽았다. 33년 동안 큰 부상이 없었던 그는 “가장 중요한 게 골프와 가정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다. 골퍼지만 엄마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골프가 3, 가족이 7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골프를 직업으로 생각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일이 아니라 즐기려고 항상 노력해왔다”고 털어놓았다.잉크스터는 이어 “한 번도 골프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다. 골프는 때로 힘들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었고, 그게 바로 내 삶이었다”고 덧붙였다.
잉크스터가 꼽은 롤모델은 그의 부모님이다. 그는 “부모님은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나 역시 쉬는 주에는 100% 가족을 위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때 골프를 했던 두 딸 헤일리, 코리와도 종종 라운드를 한다. 18홀이 아닌 9홀 정도만 같이 라운드를 하는데 항상 엄마가 이긴다는 게 잉크스터의 설명이다. 그는 “딸들이 선수가 될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LPGA 투어 통산 31승에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했던 잉크스터지만 여전히 샷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다. 퍼트가 안 들어가면 퍼터를 던지며 탄식하는 등 골프에 대한 열정은 어린 선수들 못지않다. 1983년 데뷔 첫 해에 세이프코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했고, 46세였던 2006년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 마지막 우승을 했다. 잉크스터는 통산 1385만2568 달러(약 157억원)을 벌어 들여 LPGA 투어 통산 상금 순위 5위에 올라 있다.
지금도 현역이기에 대회 때 마다 그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는 “최소한 우승을 한 번 더 하는 게 목표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언제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잉크스터의 다음 목표는 2003년 베스 다니엘(59·미국)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세운 48세8개월29일의 L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깨는 것이다.
잉크스터는 이날 2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를 하면서 합계 1언더파로 출전선수 78명 가운데 공동 39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18·캘러웨이)가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낚으며 합계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첫 날 10언더파 62타 코스 레코드 기록을 세웠던 박성현(22·넵스)은 2타를 잃어 8언더파 공동 3위로 내려 앉았다. JTBC골프가 3, 4라운드를 17~18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인천=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