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는 23일 태국으로 동계훈련을 떠났다. 올림픽에 출전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사진 롯데]
2015년 초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골퍼는 ‘천재 소녀’ 김효주였다.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61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김효주가 미국 무대도 정복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진출에 앞서 롯데그룹과의 5년 초대형 계약으로 ‘100억 소녀’라는 별명까지 붙는 등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김효주는 ‘평범한 첫 해 성적표’를 받았다. 1승을 포함해 톱10 9번에 들었지만 김효주라는 이름값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성적표가 아니다. 3승을 거둔 김세영이 더 빛났다. 김효주는 신인왕 타이틀도 가져오지 못했다. 김효주 본인도 “올 시즌 점수는 60점 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23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김효주는 JTBC골프와 전화인터뷰에서 2015년의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2016년 새 시즌 각오를 전했다. 2016년에는 프로 데뷔 후 라이벌 구도를 형성 했던 전인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합류하기 때문에 김효주와 더욱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LPGA 투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김효주는 자신과의 싸움부터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지금 다른 선수와 경쟁을 생각하고 신경 쓰기보다는 저부터 이기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시즌 전만 해도 김효주는 세계랭킹 1위를 넘볼 수 있는 선수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현재 세계랭킹 1위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김효주의 라이벌로 꼽혔던 리디아 고다. 김효주는 세계랭킹 4위로 출발했지만 9위까지 밀렸다. 한국 선수로는 박인비(2위)-유소연(5위)-김세영(7위)-양희영(8위)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세계랭킹이 높다. 바로 뒤에는 전인지(10위)가 있다. 김효주는 자신보다 몇 걸음 앞서나가고 있는 리디아 고에 대해 “사실 나이답지 않게 워낙 잘 치는 선수라 놀랍지도 않다. 국가대표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역시 의젓하고 대단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내년에 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김효주는 분발해야 한다. 상위랭커 4명만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그는 “올림픽 출전은 새로운 목표다. 승수를 많이 쌓으면 좋겠지만 톱10에 꾸준히 들어 세계랭킹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지만 김효주에게는 태극마크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대표 선발전 탈락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엘리트 골퍼들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김효주는 “정말 많이 울었고, 상처가 컸다”라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무게감은 다르다. 김효주도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6년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를 하는 것은 항상 특별하다.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기분은 묘하다. 뿌듯하고 좋은 기분이 전달되는 순간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내년 시즌 성적이 좋으면 올림픽 전초전이 될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대표도 될 수 있다.
김효주는 지난 13일 끝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전인지와 함께 경쟁했다. 아마추어 시절 대표 생활을 함께 했던 김효주와 전인지의 공통 관심사는 ‘올림픽’이었다. 김효주는 “LPGA 투어 얘기보다는 국가대표 생활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인지 언니도 오고 해서 올해보다는 내년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주는 양궁처럼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한국대표 선발전을 먼저 거쳐야 한다. 세계랭킹 10위 내에 한국 선수 6명이 경쟁하고 있고, 14위 장하나, 15위 이보미, 19위 최나연도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있다. 김효주는 선발전을 통과해야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출전할 리디아 고 등과 올림픽 메달 경쟁을 할 수 있다.
올 시즌의 혹독한 경험이 2016 시즌을 앞두고 골프화 끈을 조여 매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효주는 “올 시즌 성과라면 부족한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그래서 내년 준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력이 관건이다. 한국과 미국 등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친 김효주는 체력 저하로 스윙과 밸런스 등이 모두 어긋났다. 국내외 투어에서 기권도 세 차례나 했다. 그는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거리도 줄고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모든 게 체력과 연관돼 나타났다. 동계훈련뿐 아니라 시즌 동안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체력이 다시 올라오면 스윙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