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은 메이저를 포함한 3승과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야심찬 2016년 목표로 세웠다. [세마스포츠마케팅]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양희영(27)은 저평가된 우량주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 골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큰 여자 골프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양희영이 포함된 리우행 티켓의 후보군에게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세계 정상급 골퍼가 많은 한국 자매들의 올림픽 티켓 경쟁은 어느 종목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랭킹 순위대로 하면 8위 양희영은 박인비(28), 유소연(26), 김세영(23)과 함께 리우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와 팬들은 양희영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 않고 있다. 전인지(22)와 김효주(21) 등 신예가 치고 올라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희영도 이런 저평가의 시선들에 익숙하다. 그렇다고 올림픽 티켓 경쟁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저는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 매년 꾸준히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곧 활짝 필 시기가 올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미셸 위(27)에 비견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양희영은 2016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활짝 만개할 양희영의 골프를 보여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플로리다에서 쇼트 게임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메이저 대회를 포함한 3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올해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LPGA 투어 2승을 수확한 양희영은 상위권에 꾸준히 머물고 있지만 항상 2%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유학 시절인 2006년에 양희영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최연소 우승(16세192일)을 기록하며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그러나 2008년 LPGA 투어 데뷔 후 오랫동안 우승이 없었고, 2013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야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승째를 추가했지만 US여자오픈에서 아쉽게 우승컵을 놓쳐 정점을 찍는데 실패했다.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양희영은 한동안 메인 스폰서 없이 무적 신세의 설움을 겪기도 했다.
묵묵히 자신의 할 일만 하는 양희영은 소리 없이 강하다. 지난해 144만 달러(약 17억4600만원)를 벌어 처음으로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상금 순위 6위에 올랐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는 “아쉽게 우승을 놓친 경기도 있었고, 기회가 있었으나 살리지 못한 부분이 더러 있어서 70점 정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희영은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를 3타 선두로 출발한 양희영은 전인지에게 1타 차로 역전 우승을 헌납했다.
그럼에도 양희영은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후반 9홀에서 ‘퍼펙트 9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새 역사를 썼다. 양희영은 “신기록이기도 했지만 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았다. 골퍼라면 누구나 그런 스코어를 작성하고 싶어한다”며 2015년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LPGA 투어에서 1999년 필립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베스 대니얼(미국)가 9홀 연속 버디를 딱 한 차례 기록했다. 하지만 9홀 27타 9언더파는 언더파 기준으로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다. 34, 35타 기준에서 27타를 적은 선수가 있었지만 파 36타 9홀에서 9언더파를 적은 건 양희영이 처음이다. LPGA는 양희영의 ‘퍼펙트 9홀 버디쇼’를 2015년 최고의 라운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마지막 3개 대회를 건너뛰며 시즌을 끝냈고, 한 달간 클럽을 완전히 놓을 정도로 지쳤지만 지금은 의욕이 넘친다. 열정을 다시 되찾은 양희영은 예전처럼 단순히 연습만 열심히 하는 ‘연습벌레’가 아니다. 그는 “이젠 골프를 느끼고, 즐기려 해서 기량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양희영은 골프 인생 18홀 중 이제 10번 홀에 섰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골프를 ‘수수하고 편안해 보이는 소박함’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화려함을 덧칠하려 한다. 차분하게 10번 홀을 티샷을 준비하고 있는 양희영은 “전반을 돌아서 몸도 풀렸고, 느낌도 알았고, 아직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 이제 제대로 9언더파 기록을 다시 세워 보려 한다. 저의 골프는 아직도 계속 커 나가고 있다”며 비상을 예고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