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8번 아이언을 깨물어 보고 있다. 김세영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물고 똑 같은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 한다. [바하마=김두용 기자]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11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28일 밤(한국시간)부터 바하마에서 열리는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을 시작으로 34개 대회가 14개국을 돌며 진행된다. 총상금 규모도 6310만 달러(약 760억원)로 역대 최다다.
올해는 8월 리우 올림픽 특수까지 더해져 가장 흥미로운 시즌이 될 전망이다. 그 중 2015년 신인왕 김세영(23·미래에셋)이 박인비(28·KB금융)와 리디아 고(19·캘러웨이) 2강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 시즌 3승으로 루키 돌풍을 주도했던 김세영은 어느 때보다 화려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
김세영은 ‘기적을 부르는 선수’로 불린다. 번번이 믿기 어려운 샷을 성공시켜 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지난해 시즌 개막전 컷오프 후 두 번째 경기였던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한 것은 ‘김세영 극장’의 서막을 알렸다.
'빨간바지 마법의 2막'을 준비 중인 김세영은 입술이 불어 터질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다. 대상포진에 걸렸다는 그는 “시즌 첫 대회라 부담이 있는데 지난해 우승자라 무게감이 가중된다. 그래도 절박했던 지난 해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며 "예전에는 바하마 에메랄드빛의 눈부신 해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와보니 바다가 정말 예쁘다. 수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극적인 샷으로 매번 우승을 해서인지 김세영의 세리머니도 각렬했다. 동료들은 '미리 세리머니 연습을 한 게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김세영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해 아빠와 함께 발차기를 하면서 포피의 연못에 뛰어 들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마지막 날 다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던 김세영은 꼭 첫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한을 풀려고 벼르고 있다.
올림픽에서의 ‘금빛 세리머니’도 기대된다. 김세영은 “올림픽이 가장 큰 목표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필요한 데 어느 해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했다. 올림픽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는 그는 “만약 금메달을 획득하면 또 다른 꿈을 그릴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랭킹 7위 김세영은 한국 선수로 세 번째로 랭킹이 높다. 현재 결정이 된다면 김세영은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대 4명까지 출전하는데 세계 10위 내 한국 선수 6명이 포진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올림픽 특수 탓에 한국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세영은 “올림픽이라는 단기적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시즌이다. 올해도 한국이 지난해(시즌 최다 15승)처럼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외국 선수들에게는 볼 수 없는 전투력 같은 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세영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전지훈련에 피지컬 트레이너를 데려와 함께 몸을 만들었다. 유연성 강화를 위해 수영도 전문적으로 배웠다. 그는 “시즌을 이끌고 가는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영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는데 이제 접영 빼고 다 할 수 있게 됐다. 수영은 몸의 밸런스와 유연성을 위한 좋은 운동인 것 같다. 물에서 아무 생각 없이 헤엄치다 보면 피로감도 풀린다”고 설명했다.
김세영은 원숭이 띠다. 플레이 스타일로 보면 사자에 가깝지만 본인을 원숭이에 비유했다. 그는 “아빠는 퓨마라고 하는데 잽싸고 민첩한 원숭이나 너구리가 더 어울린다”고 가감 없이 말했다.
‘미션 임파서블’처럼 보이는 기적도 꿈꾼다. 18홀 모두 버디를 잡는 퍼펙트 경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골프를 하면서 54타를 쳐보고 싶다. 60타를 깨는 것도 어렵다고 하지만 도전할 수 없는 스코어는 아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김세영은 개막전에서 렉시 톰슨, 폴라 크리머(이상 미국)와 동반 플레이를 한다. 박인비는 크리스티 커, 제리나 필러(이상 미국)와 한 조다. 2013년 바하마 클래식 챔피언 이일희(볼빅)도 출전한다.
JTBC골프는 1라운드를 29일 오전 1시30분, 2라운드를 30일 오전 1시15분, 3~4라운드 31일과 2월 1일 오전 4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바하마=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