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홀을 남기고 2타 차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한 아리야 주타누간. 그에게 골프는 잔인한 게임이었다.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게 골프는 잔인한 게임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생애 첫 승을 향해 나아갔던 주타누간이 마지막 몇 홀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 3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였던 주타누간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15번 홀까지 리디아 고에 2타 차 선두를 달렸던 주타누간은 16번 홀에서 이번 주 첫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낸 뒤 표정이 굳어졌다.
1타 차 추격을 허용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리면서 또 보기가 나와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8번 홀(파5)에서는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면서 우승 꿈을 완전히 접었다. 주타누간은 마지막 홀 보기로 10언더파 단독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주타누간은 '역전패 소녀'로 유명한 선수다. 2013년 열린 혼다 타일랜드 LPGA에서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홀 트리플보기로 박인비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역전패 뒤 한 살 터울 언니 모리야를 안고 펑펑 눈물을 쏟은 장면은 아직도 회자된다.
평균 280야드가 넘는 장타로 주목받은 주타누간은 2013년 중반 불의의 사고로 어깨 수술을 받았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언니 모리야와 연습 라운드를 하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쳤다.
주타누간은 지난 해에야 LPGA 정식 멤버가 됐다. 그런나 29개 대회에 출전해 4번 톱 10이 최고 성적이었다. 시즌 초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김세영에게 연장 끝에 패하기도 했다. 이후 10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당하는 등 내리막을 걸었다.
올 시즌 톱 10 한 차례에 든 주타누간은 이번 대회에서 오랜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렉시 톰슨(미국)에 1타 차 공동 2위로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그는 경기 중반까지는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 페어웨이 안착률을 높이기 위해 드라이버 대신 2번 아이언과 3번 우드로 티샷을 하면서 최종 라운드 중반까지 2타 차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페어웨이를 계속 놓치면서 아슬아슬한 파를 적어나갔던 그는 16번 홀 보기 뒤 평점심을 잃었다. 3홀 연속 보기가 나오면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의 플레이는 주타누간의 플레이와 대조적이었다. 9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여러차례 위기를 겪고도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11번 홀에서 벙커, 13번 홀에서는 긴 러프에 볼을 빠뜨리고도 타수를 잃지 않았다. 리디아 고는 "리더보드를 보면서 아직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승은 생각하지 않고 플레이를 즐겼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