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2년 여 만에 LPGA투어에서 최고 성적을 낸 오수현.
'호주 동포' 오수현이 프로 데뷔 후 2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킹스밀 리조트 리버 코스에서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 프리젠티드 바이 JTBC 최종 라운드. 오수현은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를 적어내며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아리야 쭈타누간(태국)에 1타 차 준우승을 했다.
오수현은 1996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4년 호주로 이민을 떠난 선수다. 오수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꼽혔다. 2009년 호주여자오픈에 역대 최연소인 12세로 출전했고, 호주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 지난 해 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2승을 거둔 이민지와 라이벌 관계였다. 리디아 고가 프로로 전향한 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7세였던 2013년에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캐리 웹(호주)에 이어 공동 2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2014년 말 프로로 전향한 뒤 좋지 못했다. 이민지가 수석 합격한 Q스쿨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투어 카드를 얻는데 실패했다. 지난 해 5개 대회에 초청 등으로 출전했지만 4번 컷 탈락했다.
오수현은 지난 해 말 Q스쿨에서도 공동 32위에 올라 컨디셔널 시드를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해 1번 컷 탈락하고 두 차례 톱 20에 들었다. 지난 해보다는 나아졌지만 기다렸던 한방은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수현은 이번 대회 첫날 공동 18위(2언더파)로 출발한 뒤 3라운드까지 공동 8위(7언더파)에 올랐다. 최종일에 6언더파를 몰아치는 활약을 했다. 전반 9홀에서 버디만 5개를 잡아 무섭게 타수를 줄였다. 15번 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더 이상 줄이지 못했지만 18번 홀(파4)에서 6m 버디로 끝까지 추격을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오수현은 "3타 차로 출발했고 우승 경쟁을 할 거라고는 큰 기대를 안 했다. 그러나 초반에 플레이가 너무 잘 풀렸다. 내 게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까지 상금랭킹 81위(5만1491달러)였던 오수현은 준우승 상금 11만8000달러를 받아 상금 순위를 35위(17만689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번 준우승으로 165위였던 세계랭킹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오수현은 "좀더 순위를 높여 캐리 웹, 이민지와 함께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오는 7월 23일부터 8개국이 출전해 겨루는 올림픽 전초전 성격의 국가대항전이다. 오수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동안 대회 출전을 이틀 앞두고 비행기를 예약하는 알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 비행기를 미리 여유있게 예약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