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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 2위 된 리디아 고-브룩 헨더슨의 인연

성호준 기자2016.06.13 오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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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와 브룩 헨더슨.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연장에서 격돌한 리디아 고와 브룩 헨더슨은 1997년생으로 동갑이다. 두 선수 모두 그립을 짧게 잡고 경기한다. 쇼트게임 실력이 좋은 것도 공통점이다. 두 선수는 같은 색깔의 상의를 입고 나왔다.

또 다른 인연도 있다. 고보경의 아버지 고길홍씨는 딸이 여섯 살이던 2003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로 했다. 이민 직전, 호주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딸에게 골프채 두 개를 사줬다. 샤프트를 절반으로 잘라서 만든 골프채를 고보경은 너무나 좋아했다. 골프 연습장 선생님이 고길홍씨에게 “보통 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특별한 아이니 골프 여건이 좋은 나라에서 키우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고씨는 추운 캐나다가 아니라 골프장이 많은 뉴질랜드로 이민을 했다. 아이의 이름은 고보경에서 리디아 고가 됐다.

그 리디아 고는 9년이 지난 2012년 8월 캐나다에 처음으로 갔다. 벤쿠버에서 열린 LPGA 투어 캐나다 오픈에서 우승했다. 리디아 고는 당시 신지애, 스테이시 루이스와 챔피언 조에서 겨뤘는데 3타 차 완승을 했다. 2등은 박인비였다. 리디아 고는 15세 4개월만에 LPGA 사상 최연소 우승을 기록했다.

자신이 이민을 갈 뻔했던 캐나다에서 리디아 고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회에 브룩 헨더슨이라는 이름의 캐나다 골프 천재 소녀도 나왔다. 리디아 고는 1997년 4월, 헨더슨은 같은 해 9월 생이다. 헨더슨은 최연소 출전자였는데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에 완전히 묻혔다.

헨더슨은 당시 1, 2라운드 각각 77타, 76타를 쳐 9오버파로 컷탈락했다. 리디아 고는 1, 2라운드 8언더파로 헨더슨보다 17타가 앞섰다. 헨더슨은 자신의 나라에서 열린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동갑나기 리디아 고가 매우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리디아 고의 두 번째 LPGA 투어 우승은 또 캐나다 오픈이었다. 리디아 고는 2위와 5타 차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헨더슨도 대회에 나왔다. 그는 4오버파 컷탈락했다. 리디아 고는 6언더파로 컷통과했으니 1, 2라운드 10타 차가 났다. 그 때까지만 해도 두 선수의 차이는 매우 컸다.

리디아 고는 2014년에 LPGA 회원이 됐고 신인왕이 됐다. 회원이 되려면 18세가 넘어야 했지만 투어에서 “리디아 고는 특별한 선수”라면서 나이 제한을 풀어줬다. 헨더슨은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다. 2014년 LPGA 투어에 4번 나와 모두 컷통과했다.

2014년 캐나디언 오픈에도 당연히 헨더슨이 나갔다. 유소연이 무려 23언더파로 우승한 이 대회에서 헨더슨은 2언더파 공동 46위를 했다. 캐나다 선수 중 최고, 아마추어 중 최고였다. 이 대회에 참가한 10대 선수 중에서도 헨더슨이 최고였다. 10대 중 가장 잘 치는 리디아 고는 마지막 날 76타를 치면서 합계 1언더파로 헨더슨에 한 타 뒤졌다.

헨더슨은 지난해 LPGA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정식 회원이 됐다. 당시 두 선수의 타수 차이는 17타였다. 헨더슨은 여자 PGA 챔피언십 연장 첫 홀에서 더 긴 드라이브샷과 공격적인 아이언샷, 배짱 있는 퍼트로 버디를 잡으면서 리디아 고를 꺾었다. 리디아 고는 박수를 치며 헨더슨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리디아 고는 세계랭킹 1위, 헨더슨은 랭킹 2위가 된다. 이제 캐나다의 인연으로 엮인 두 10대 선수가 여자 골프의 쌍두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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