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열린 메이저대회인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한 박인비와 포옹하는 박세리. US여자오픈은 그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은 박세리의 마지막 이 대회 참가가 될 전망이다. 어쩌면 박세리의 마지막 메이저 출전이 될지도 모른다.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는 역대 상금 1258만 달러(약 146억원)로 역대 통산 상금 20위 이내(8위) 항목으로 일반 LPGA 투어 대회 참가 자격은 있다. 그러나 메이저대회들은 일반대회와 출전 규정이 다르다. 6일 현재 박세리는 메이저대회 자력 출전권이 없다.
그래서 박세리가 “이 대회만은 꼭 나가겠다”고 했던 ANA 인스피레이션에 올해 못 나갔다. US여자오픈은 특별 초청을 받아 출전권을 얻었다.
US여자오픈을 여는 USGA(미국골프협회)는 특별 초청장을 남발하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US여자오픈에 참가하던 전설적인 선수가 출전권을 잃었을 때 딱 한 번 기회를 더 주는 형식이다.
2004년 남자 대회에 나가기 위해 US여자오픈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미셸 위에게 출전권을 준 것이 거의 유일한 예외다. 2010년 이후 초청 선수는 줄리 잉크스터와 박세리 뿐이다.
올해 기회를 줬기 때문에 USGA는 내년에 박세리에게 다시 특별 초청을 해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당시 헤저드 부근에 떨어진 공을 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신발을 벗었을 때 드러난 하얀 발과 햇볕에 그을린 구리빛 다리 색깔이 선명히 대조가 됐다. 그 맨발의 투혼은 외환 위기로 심각한 경제난을 안고 있던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줬다.
올해 남은 메이저 대회는 브리티시 여자 오픈,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박세리는 출전권이 없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전설 박세리가 원한다면 특별 초청을 받을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세리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는 “현재로서는 박세리가 대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박세리는 올해 US여자오픈에 이어 국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만 참가할 계획이다. 두 대회 모두 박세리의 스폰서가 여는 대회로 경쟁 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오랫동안 운동을 한 선수들이 은퇴를 번복하는 경우는 흔하다. 박세리는 일반 대회 출전권과 명성으로 원한다면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박세리가 은퇴를 번복해 보통 선수처럼 뛰면서 자력으로 다시 출전권을 얻지 않는다면 메이저대회, 특히 US여자오픈은 어렵다. 박세리 맨발의 투혼의 상징인 US여자오픈 참가는 2016년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세리는 이번 대회 최나연, 유소연과 한 조로 경기한다. 최나연과 유소연은 박세리처럼 US여자오픈 우승자다. 최나연은 2012년, 유소연은 2011년 우승했다. 두 선수는 또 박세리를 보고 골프의 꿈을 키운 대표적인 세리 키즈다. USGA가 은퇴를 앞둔 박세리에 주는 헌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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