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8타를 잃고 컷 탈락한 박세리. 이 대회 18번째 출전으로 19년 동안 미국 본토에서의 LPGA투어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LPGA]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2라운드.
9오버파로 컷 탈락을 한 박세리는 동반 경기를 한 유소연, 최나연과 마지막 포옹을 했다. 이어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과도 포옹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회는 박세리가 미국 본토에서 출전한 마지막 대회다. 아쉬운 발걸음을 떼 스코어 카드를 내고 나온 박세리는 기다리고 있던 캐리 웹(호주)과 포옹을 한 뒤 끝내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박세리는 "웹과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보면서 자랐다. 한 때 나의 우상이기도 했고 좋은 친구였다. 웹의 인사를 받고 떠나게 돼 정말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 주최측인 미국골프협회(USGA)의 초청을 받아 출전했다. 지난 해 어깨 부상 등으로 이렇다할 성적이 없었던 그는 자력 출전 자격을 갖추지 못해 특별 초청을 받았다. 박세리는 "US여자오픈은 내 골프 인생의 성공이 시작된 곳이다. 그래서 그 어떤 대회보다 특별하게 여겼다. 그런 대회에서 미국 본토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 있어 의미깊었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루키였던 지난 1998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연장 18홀을 치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2홀 더 경기한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연장전에서 보여준 그의 해저드 맨발 샷은 여전히 회자된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여전히 어깨가 성치 않은 상태인 그는 지난 달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완주를 목표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 대회 2011년 우승자인 유소연, 2012년 우승자인 최나연 등 대표적인 '세리 키즈'와 함께 동반 경기를 한 박세리는 1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오버파를 치며 선전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버디는 1개에 그쳤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7개로 8타를 잃었다. 중간 합계 9오버파로 컷 통과 기준인 4오버파에 크게 못 미친 박세리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즐겼다. 컷 통과는 하지 못했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미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박세리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아 새로운 도전을 한다. 곧 귀국해 올림픽 준비에 들어갈 예정인 그는 "19년의 투어 생활은 길고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이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