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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 파만 했더라면" 이미림의 탄식

김두용 기자2016.07.19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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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연장전을 치른 이미림은 리디아 고에게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이미림은 마라톤 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은 올 시즌 최고 성적표다.

하지만 연장전 패배에다 충분히 72홀 승부로 끝낼 수 있었던 경기여서 아쉽다. 이미림은 18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플레이를 했다.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5타를 쳤다. 18번 홀에 들어서기 전까진 무결점 플레이에 가까웠다.

18번 홀과 연장전 플레이로 인해 이미림의 폭풍타가 빛이 바랬다. 이미림은 “17번 홀 도중 리더보드를 한 번 봤다. 최종일 타수 차가 너무 많이 났던 상황이라 우승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리더보드를 봤을 때도 2위였다”고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밝혔다. 14언더파까지 치고 올라간 이미림은 16번 홀까지 리디아 고에 이은 2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미림은 17번 홀에서 5m의 까다로운 내리막 버디를 성공시키며 환호했다. 3연속 버디 행진을 벌인 이미림은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최종일 샷감과 퍼트감 모두 좋았던 이미림은 우승에 대한 욕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17, 18번 홀은 버디를 쉽게 잡을 수 있는 ‘버디 홀’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게다가 우승 경쟁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이자 컴퓨터 샷을 뽐내는 리디아 고였다. 리디아 고가 17번과 18번 홀에서 최소 한 개의 버디를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림은 18번 홀 티박스에 섰다. 티샷은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다. 하지만 페어웨이 우드로 공략한 두 번째 샷이 우측으로 밀리며 나무에 맞고 떨어졌다.

이병옥 JTBC골프 해설위원은 “스윙 템포가 갑자기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이미림 본인도 이를 시인했다. 러프에서 시도한 어프로치 샷도 템포가 좋지 않았다. 결국 그린을 넘겨 갤러리 스탠드 근처까지 굴러갔다. 이미림의 네 번째 칩샷은 조금 길었고, 4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아쉽게 보기를 적었다.

이미림의 18번 홀 플레이 도중 리디아 고가 16번 홀 보기를 적어 14언더파로 내려왔다. 만약 이미림이 이 상황을 인지했더라면 18번 홀에서 무리하게 2온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림은 “선두인 것을 알았더라면 아마 세컨드 샷을 레이업 해서 안전하게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간 일은 돌이킬 수 없지만 아쉬운 선택이었고, 아쉬운 결과로 연결됐다.

리디아 고가 17,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는 데 실패해 이미림은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LPGA 투어 데뷔 뒤 두 번째 연장전이었다. 2014년 마이어 클래식에서 첫 연장전 상대가 당시 세계 최강 박인비였는데 이번에는 가장 페이스가 좋은 두 명인 리디아 고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연장 승부를 벌여야 했다. 2014년 마이어 클래식 때도 마라톤 클래식과 똑같은 최종 14언더파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이미림은 LPGA 투어 첫 번째 연장전에서 신인의 패기를 앞세워 박인비를 따돌리고 깜짝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자신의 LPGA 투어 첫 승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연장전에서는 체력적인 문제까지 겹치는 등 영건들의 기세에 눌렸다. 연장 첫 번째 홀부터 이미림은 3번 우드 티샷, 페어웨이 우드 공략이라는 똑같은 전략으로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3명 중 샷 결과가 가장 나빴다. 리디아 고, 쭈타누깐과는 달리 우승을 결정짓는 짧은 거리의 버디 퍼트의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다. 어렵사리 파 세이브를 하며 버텼지만 승부가 결정된 연장 네 번째 홀에서는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는 샷 미스가 나온 탓에 버디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이번 연장전에서는 이미림의 체력 저하가 드러났다. 왼쪽 손목 연골이 닳아 퉁퉁 부어오르는 증상이 자주 나타났던 이미림이다. 최근 많이 좋아졌지만 보호 차원에서 손목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를 치렀다. 이미림은 연장전에서 샷을 할 때 몸이 일찍 열리는 현상이 뚜렷했다. 이병옥 해설위원은 “연장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분에 부담이 있다. 이미림 선수도 체력이 떨어져서 몸이 일찍 열리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여기에 손목에 대한 부담도 가중됐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손목 상태는 조금씩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림은 두 번째 연장 승부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진 못했다. 2년 만에 우승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하지만 이미림은 이번 마라톤 클래식을 통해서 건재를 알렸다. 세계 톱랭커와도 붙어도 해볼만 하다는 우승 경쟁력도 보여줬다. 그는 “연장전까지 갈 수 있는 찬스를 잡았던 게 좋았다. 훌륭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마음에 맞는 캐디를 찾았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미림은 2013년 말 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 때 함께 호흡을 맞췄던 캐디 존 클린과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다시 짝을 이뤘다. 연장을 앞두고 캐디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미림은 “그 동안 함께 하고 싶었던 짝이다. 앞으로도 호흡을 맞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림은 지난 4월 말 양희영의 추천으로 바꾼 스윙 코치와의 호흡도 좋아지고 있다. 토니 지글러 코치에게 레슨을 받은 뒤 성적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림은 US여자오픈 11위, 마라톤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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