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팀 막내로 출전한 전인지.
전인지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인근 메리트 골프장에서 벌어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첫 날 첫 홀에서 드라이브샷 거리가 200야드 정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내리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리는 더 적었다. 전인지는 “매번 두 번째 샷을 150야드에서 하다가 오늘 200야드에서 하니 기분이 묘하더라”고 말했다.
샷 실수를 한 이유가 있다. 최고 선수들이 나오는 여자 프로골프 국제경기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대회 전 의식이 그럴듯하다. 선수 소개가 멋지며 각 잡힌 제복을 입은 경찰 혹은 군인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국기 게양을 한다. 한국의 시카고 총영사가 국기게양 의식에 참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가가 나오면 엄숙하게 들린다.
전인지는 “이전까지는 이 대회가 그냥 재미있는 경기겠다 싶었는데 애국가가 나오니 가슴이 뭉클했다. 먼 외국까지 나와서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났다”고 했다.
그렇게 티잉그라운드에 섰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고 한다. 전인지는 티샷을 드라이버 헤드의 중앙이 아니라 힐 쪽에 맞혀 거리 손해를 봤다. 전인지는 “다른 대회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국가를 대표하는 게 어떤 건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긴장한 전인지를 양희영이 잘 이끌었다. 양희영은 전반 활약이 돋보였다. 그러나 후반에는 웨지샷이 짧아 벙커에 들어가는 등 실수도 나왔다. 그러자 후반에는 전인지가 버디를 잡고 귀중한 파세이브를 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전인지는 “나보다 아주 침착한 희영이 언니가 잘 이끌어준 것 같다”면서 “경기 중 함께 걸으며 우리가 사는 올랜도에서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디즈니 월드에도 가기로 했다. 한 홀에서 져도 골프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오늘 호흡이 아주 잘 맞았기 때문에 내일도 함께 오늘처럼 경기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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