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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의 역사적 기록 도운 캐디의 한 마디

김두용 기자2016.09.19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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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와 그의 캐디 데이비드 존스는 21언더파 263타로 세계 남녀 골프 메이저 최소타 기록을 합작했다. [LPGA 제공]

역사적인 퍼트를 앞두고 전인지와 그의 캐디가 나눈 대화 내용이 화제다.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 홀. 21언더파인 전인지는 타수를 지키면 남녀 골프 메이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티샷이 감겨 왼쪽 러프로 빠졌다. 비가 많이 와 물을 먹은 러프에 빠지면 타수를 지키기 어려운 탓에 보기 위기였다. 하지만 전인지는 침착하게 대응하며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전인지가 마지막 홀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데 캐디 도움이 컸다. 전인지는 캐디와 상의 끝에 모험을 거는 대신 웨지로 공을 레이업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95야드 남은 거리에서 세 번째 샷을 했다. 어드레스에 들어갔던 전인지는 주변의 소음 때문에 자세를 풀고 심호흡을 다시 했다.

기가 막힌 세 번째 샷은 핀 3m 거리에 떨어졌다. 현명한 선택으로 파 세이브 기회를 잡은 전인지는 챔피언 퍼트를 앞두고 신중을 기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 브레이크 라인이라 까다로웠다. 역사적인 퍼트를 앞두고 캐디 데이비드 존스는 “파 세이브를 하면 저녁을 사겠다”는 말을 던지며 전인지의 긴장을 풀어줬다. 전인지는 “그럼 가장 비싼 걸로 고르겠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가벼운 농담으로 긴장감을 털어낸 전인지는 루틴을 유지한 뒤 어드레스를 했고, 침착하게 스트로크를 했다. 퍼터를 떠난 공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계 남녀 골프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공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전인지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환한 미소를 지은 전인지는 샴페인 축하 세례를 받은 뒤 눈물을 흘리며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마지막 홀 파 퍼트는 이번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역사를 새로 쓴 숨 막히는 파 퍼트였고, ‘메이저 퀸’ 전인지의 진면목을 드러낸 압축판이었다. 샴페인을 뿌리며 전인지를 축하해준 리디아 고는 “전인지는 정말 대단한 여자 골프의 대사”라고 평하기도 했다. 전인지는 물에 잠긴 코스 속에서도 21언더파 263타라는 전무후무한 스코어를 적었다. 남녀 여자 골프 메이저 역사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스코어였다. 디펜딩 챔피언 리디아 고(2오버파)와 전인지의 타수 차는 23타에 달했다.

전인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새로운 기록의 압박을 이겨냈다. 그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싶었다. 코스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지만 즐기려고 노력했다”며 “정말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를 친 게 맞는지.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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