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코피를 흘리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전인지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중간 합계 이븐파를 기록했다. [사진 KLPGA]
‘덤보’ 전인지가 피로 누적 등으로 경기 중 코피를 흘렸다.
14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2라운드가 열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 18번 홀(파5).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 샷을 앞둔 상황에서 전인지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응급처치 후 세 번째 샷을 한 전인지는 그린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퍼트를 하기 전 잠시 멈췄던 코피가 또다시 줄줄 나왔다. 급히 휴지로 피를 막은 전인지는 우여곡절 끝에 파로 18번 홀을 끝냈다.
이틀 연속 박성현과 라운드를 했던 전인지는 다소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3주 연속 경기를 치르고 있는 전인지는 중간중간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피로가 쌓였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특히 지난 2개 대회는 타이틀 방어전이라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근 2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후 샷도 다소 흔들렸다. 샷 리듬이 깨진 전인지는 스윙코치의 도움으로 3, 4라운드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전인지는 프로암을 제외하곤 연습 라운드를 하지 않고 판교의 박원 아카데미에서 샷감을 찾는 데만 주력했다. 백스윙부터 다시 점검했고, 밤까지 연습에 집중했다.
부담감도 전인지를 괴롭혔다. 오랜 만에 한국을 찾은 전인지는 수많은 팬들 앞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역대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 기록을 썼고, LPGA 투어 신인왕도 확정했다. 2014년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했던 KEB하나은행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완벽한 시즌이 될 수도 있었다.
이날 전인지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선전했다.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묶어 타수를 잃지 않았다. 15번 홀에서 페어웨이를 놓쳤지만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1.5m 버디를 낚았다. 16번 홀에서 그린을 놓친 전인지는 칩샷이 짧았고, 4m 거리의 파 퍼트마저 놓쳐 보기를 적었다.
2번 홀에서는 3퍼트가 나와 또다시 보기를 했다. 하지만 전인지는 3번 홀에서 10m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려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다. 이후 버디 기회를 수 차례 잡았지만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 모두 파로 마감했다.
1라운드와 비슷한 경기 내용이었다. 1, 2라운드에서 똑 같이 그린을 5번 놓쳤고, 퍼트도 31개로 같았다. 그린 적중률은 72%로 나쁘지 않았지만 퍼트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 올 시즌 평균 퍼트 수 29.02개를 기록하고 있는 전인지는 이 부문 6위에 올라 있다. 퍼트를 잘 하는 선수이지만 이 코스의 빠른 그린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는 2홀 연속 3퍼트를 하는 등 퍼트 난조를 보이기도 했다.
전인지는 “18번 홀에서 코피가 나서 놀란 것도 있었지만 이후 피가 멈췄고,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코피를 흘리면서도 경기를 잘 마무리한 전인지에 대해 “인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파를 할 수 있는 파 세이브 능력이 빼어난 선수다. 같이 플레이하다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보고 느끼는 점이 많다”라고 평가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