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번째 경기 만에 우승컵을 차지한 카를로타 시간다가 우승 확정 뒤 포효하는 모습. [하나금융그룹 제공]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가 연장 승부 끝에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 버디 6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인 시간다는 합계 10언더파로 앨리슨 리(미국)와 동타를 기록한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종일 경기는 드라마틱했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앨리슨 리는 첫 우승에 대한 부담감 앞에 흔들렸다. 10번 홀까지 보기만 4개를 범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 했다.
앨리슨 리에 5타 차 4위로 출발한 시간다는 부담없이 경기했다. 경기 초반 특유의 몰아치기로 승부를 뒤집었다. 6번 홀까지 4타를 줄여 공동 선두가 된 뒤 10번 홀까지 2타를 더 줄여 한 때 4타 차 선두까지 치고 나갔다. 10번 홀까지 시간다와 앨리슨의 타수는 무려 5타 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끝난 듯 했던 승부는 14번 홀(파4)부터 다시 시작됐다. 시간다가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벙커 탈출에 실패하고 4온, 2퍼트로 더블보기를 하면서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시간다는 16번 홀에서도 보기를 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간다의 위기는 앨리슨 리에게 기회였다. 15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앨리슨 리는 17번 홀(파3)에서 4m 버디를 추가해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그리고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 시간다가 18번 홀(파5)의 두 번째 샷 실수로 보기를 하면서 단독 선두가 됐다.
그러나 앨리슨 리의 기회는 거기까지였다. 앨리슨 리는 18번 홀에서 파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티샷과 두 번 째 샷을 잘 보낸 뒤 세 번째 샷을 그린 앞 해저드에 빠뜨리면서 보기를 범했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앨리슨 리는 티샷과 두 번째 샷 그리고 세 번째 샷까지 러프로 보냈다. 반면 시간다는 세 번째 샷을 홀 2m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앨리슨 리는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을 홀에 붙여 파를 잡고 기회를 기다렸으나 시간다가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앨리슨 리는 경기 뒤 "130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을 잡았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우측으로 밀리면서 해저드에 빠졌다"고 눈물을 보였다.
시간다의 5타 차 역전 우승은 대회 역사상 최다 타수 차 뒤집기다. 2012년 LPGA투어에 데뷔한 시간다는 평균 270야드에 달하는 장타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2013년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는 2타 차 선두로 나가 박인비에게 역전패했다. 2014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리디아 고에게, 올해 마이어 클래식에서는 김세영에게 연장 끝에 패했다. 92번 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본 시간다도 경기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
김민선이 8언더파 공동 3위로 한국 선수 중 최고 성적을 냈다. 허미정은 7언더파 공동 5위, 김인경은 5언더파 공동 10위다.
지난 해 이 대회 준우승자인 박성현은 전인지와 나란히 4언더파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