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는 세계여자골프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지만 올해 부진한 성적 탓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요넥스 제공]
‘천재 골퍼’ 김효주는 올해 세계여자골프의 화려한 서막을 알렸고, 대미도 장식했다. 2016년 첫 대회인 지난 1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한 데 이어 마지막 대회였던 12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도 정복했다. 세계여자골프 3대 투어(미국, 일본, 한국)의 시작과 끝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대회 승자가 시즌 챔피언이 되는 다른 종목 같으면 김효주의 성적은 100점이다. 하지만 김효주는 최근 JTBC골프와 인터뷰에서 “시즌 중간 성적이 나빠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 대회 우승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올 시즌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며 2016년을 되돌아봤다.
26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김효주는 연신 마른기침 해댔다. 세계 각지를 돌며 숨 가쁘게 11개월의 대장정을 소화한 김효주는 파김치가 됐다. 그래도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우승으로 기운을 얻은 김효주는 기쁜 마음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김효주는 올해 2승 외에 내세울 성적이 없다. LPGA투어의 두 번째 시즌에 75만3638 달러(약 9억800만 원)로 상금 순위 20위에 머물렀다. 2015년 13위(92만3221 달러)에서 7계단이 떨어졌다.
김효주는 올해 메인스폰서(13억 원) 기준으로 남녀를 통틀어 한국 프로골퍼 중 최대 몸값을 자랑한다. 이름값을 감안하면 김효주의 시즌 성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또 최대 목표였던 리우 올림픽 출전도 불발됐다. 김효주는 “시즌 내내 샷이 오락가락했다. 이 샷감으로는 어떤 무대에서도 좋은 경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바하마 클래식(왼쪽)과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
‘컴퓨터 샷’이 장기지만 김효주의 시즌 그린 적중률은 66.89%(76위)에 머물렀다. 투어에서도 중위권에 그칠 정도로 샷 난조에 허덕였다. 그나마 퍼트로 버텼다. 김효주는 평균 퍼트 수 28.79개로 3위,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53개로 4위에 올랐다. 그는 “샷과 퍼트가 모두 잘 되는 대회가 우승했던 2개 외에는 없었다. 퍼트가 아니었으면 정말 형편없었을 것”이라며 탄식했다.
김효주는 퍼트가 빼어나다. 2014년 9월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메이저 최소타(61타) 기록을 세울 당시에도 퍼트 수 23개로 18홀을 끝냈다. 거리에 상관없이 퍼트를 쏙쏙 집어넣어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퍼트 귀신’ 박인비도 김효주의 퍼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김효주는 “LPGA투어 2년째지만 지난해와 달라진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여전히 투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마음 맞는 캐디를 찾지 못해 더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막전과 최종전 우승 때 골프백을 멨던 캐디는 전담 파트너가 아니었다. 바하마 클래식에서는 ‘지한파’ 캐디 딘 허든(호주)이 임시로 백을 맡았다. 또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는 국내 무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서정우 씨와 호흡을 맞췄다.
시즌 중 캐디를 여러 차례 바꿨던 김효주는 “캐디와의 호흡은 너무 중요하다. 특히 샷이 안 될 때 캐디의 역할은 더 커진다. 선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캐디기 때문에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아직 영어가 서툰 김효주는 외국인 캐디와의 의사소통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효주는 12월 들어 꾸준히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며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여자오픈 대회 중에도 체력 훈련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대회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샷과 체력도 올라오고 있는 시점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에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비거리 증대가 전지훈련 과제 중 하나다. 김효주는 “미국은 확실히 코스가 길기 때문에 드라이버를 멀리 보내면 우승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는 것 같다. 드라이버 15야드, 아이언은 한 클럽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전지훈련 때는 잘 먹고 패턴도 일정하기 때문에 빠졌던 살이 다시 찔 것 같다. 운동을 가장 많이 했던 고등학교 2학년 때 근력을 되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효주는 2017년 ‘퍼트퀸’ 타이틀을 겨냥한다. 프로 골프에서 퍼트는 돈과 성적으로 직결된다. 그는 “퍼트퀸이 가장 욕심나는 타이틀이다. 그리고 파 세이브율 부문도 1위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는 벙커에 빠졌을 때 스코어를 지키는 샌드 세이브율이 45.37%(67위)로 좋지 않았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소속사가 주최하는 LPGA 롯데 챔피언십이라고 밝혔다.
스무 한 살의 김효주는 최근 스마트빔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그는 “갖고 싶었던 아이템이었던 빔을 선물로 받았다. 휴식 시간에 방에서 드라마와 영화 등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됐다”며 소녀처럼 기뻐했다.
김효주는 내년 1월26일 바하마에서 열리는 바하마 클래식의 2연패 도전으로 2017년을 맞이한다. 그는 “올해 수고했지만 더 노력하자”는 자기 주문으로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