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은 2014년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실격 후 55경기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세우는 등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LPGA 제공]
‘꾸준함의 대명사’ 유소연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리디아 고를 뛰어넘는 대기록을 세웠다. 안타깝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묻혔지만 유소연의 기록은 재조명을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유소연이 작성한 기록은 연속 컷 통과 부문이다. 지난 11월 토토재팬 클래식에서 리디아 고의 53경기를 뛰어 넘는 54경기 연속 컷 통과 행진을 이어갔고,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55경기 연속 컷 통과로 시즌을 마감했다. 유소연은 지난 2014년 9월 에비앙 챔피언십 때 변형 퍼터 사용으로 실격당한 후 단 한 번도 컷 탈락을 기록하지 않았다. 2년 넘게 컷 탈락 없이 대회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유소연은 “컷 탈락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어 뿌듯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2년 혹은 그 이상 기록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스윙 교정이라는 모험을 택했던 유소연이라 기록이 더욱 빛난다. 유소연은 1월 초 새로운 스윙코치 카메론 맥코믹(미국)과 함께 스윙을 뜯어고쳤다. 클럽 헤드가 많이 열려 올라가는 백스윙 교정에 가장 중점을 뒀다. “골프 새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부분을 교정했기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시즌 첫 대회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나흘 내내 언더파를 치지 못하고 4오버파 공동 56위를 기록하자 주위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유소연도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괜히 스윙을 교정했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주위의 평가에 신경이 쓰였고, 스윙에 확신이 없었기에 불안감이 있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유소연은 경기를 치를수록 바뀐 스윙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지난 4월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시즌 톱10에 들었고, 같은 달 스윙잉 스커츠 1라운드 때는 9언더파 63타를 치기도 했다. 시즌 중반 들어 샷의 일관성이 더욱 뚜렷해지자 자신의 스윙에 대한 확신이 섰다고 한다. 유소연은 스윙잉 스커츠부터 7월 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10경기 동안 톱20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자신감을 끌어올린 유소연은 올 시즌 막판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후 끊긴 우승 추가에 열을 올렸다. 비록 우승컵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유소연은 마지막 3개 대회를 5위(사임다비 말레이시아)-3위(토토재팬 클래식)-2위(CME그룹 투어챔피언십)로 마감했다. 유소연은 “스윙을 바꾼 뒤 임팩트가 더 강해져서 원하는 샷들을 구사하는 게 편해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다시 운동을 시작한 유소연. [유소연 인스타그램]
55경기 연속 컷 통과 기간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다. 그럼에도 유소연은 “제 게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올 시즌이 벌써 끝나서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기록 행진 기간에 유소연의 톱10 피니시율은 45.45%(25/55)에 달했다. 또 2위와 3위를 각 4회를 기록했다.
유소연이 모험을 건 이유는 더 견고한 스윙을 갖기 위함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랭킹 1위다. 그는 “사실 세계랭킹 1위가 아니면 다른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 투어 연속 컷 통과 기록
LPGA투어 폴라 크리머 82경기
KPGA투어 김형성 29경기
KLPGA투어 심의영 69경기
JLPGA투어 요코미네 사쿠라 101경기
PGA투어 타이거 우즈 142경기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