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야 쭈타누깐은 올해 새로운 캐디와 호흡을 맞추며 세계랭킹 1위 목표를 향해 달려갈 전망이다.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개막이 벌써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LPGA투어는 역대 최다 상금 규모로 열린다. 34개 대회에 총상금 6735만 달러(약 792억 원)로 지난해보다 1개 대회가 늘었고, 435만 달러(약 51억 원) 상금이 증액됐다. 판이 커진 만큼 ‘별들의 전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JTBC골프는 올해 LPGA투어를 정밀 분석한 [2017 LPGA 전망대]를 연재한다. 주요 선수 인터뷰를 비롯해 눈여겨 봐야할 기록과 데이터, 전문가들의 전망, 새로운 변화 등을 짚어보는 시간이다. 국내 골프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2017년의 드라마를 미리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5승을 거두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올해도 쭈타누깐이 LPGA투어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탁월한 재능과 신체조건 등 기본 하드웨어가 튼튼하기 때문에 쭈타누깐의 롱런 가능성은 커 보인다. 특히 쭈타누깐은 PGA투어 선수 못지않은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만 잘 한다면 2016년보다 더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쭈타누깐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세계랭킹 1위 타이틀이다. 아직 쭈타누깐이 정복하지 못한 고지이기도 하다.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아직까진 압도적인 점수 차로 65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 쭈타누깐이 전세를 뒤집으려면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쭈타누깐은 새로운 캐디와 세계랭킹 1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 캐디는 최나연과 양희영의 골프백을 멘 적이 있는 딜런이다. 베테랑 캐디라 쭈타누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갈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진 않는다. 쭈타누깐은 지난해 가장 중요한 대회마다 캐디가 바뀌었다. LPGA투어 3연승 기록을 함께 만들어간 캐디는 레스 루락이었고, 메이저 첫 대회 우승을 합작했던 캐디는 피터 갓프리였다. 그리고 리우 올림픽에서는 자국 출신의 포솜 미포솜과 호흡을 맞췄다.
쭈타누깐과 LPGA투어 3연승을 합작했던 캐디 레스 루락.
‘유리 멘털’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쭈타누깐에게 캐디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쭈타누깐은 ‘와이파이 드라이버 샷’과 ‘최종일 악몽’을 털어내기 위해서 캐디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았다. LPGA투어 첫 승을 장식했던 요코하마 클래식 마지막 날에 쭈타누깐이 극도의 긴장감을 드러내자 캐디는 “왜 어제 밤에 잠을 설친 사람처럼 플레이를 하느냐. 네가 80타, 90타를 쳐도 상관없다. 이 대회에서 져도 괜찮다. 대신 모든 샷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 큰 도움을 줬다.
그래서 쭈타누깐은 3연승을 기록한 뒤 “올해 훌륭한 캐디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해 멘털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올해는 캐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메이저 첫 승을 달성했던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언니 모리야의 골프백을 멨던 피터 갓프리와 호흡을 맞췄다. 잉글랜드 출신의 갓프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3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해 1타 차까지 쫓기고 조급해지자 결정적인 조언으로 흔들리는 쭈타누깐을 바로 잡았다. 갓프리는 “괜찮다. 아이언 샷이 좋고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하는 등 빨라진 템포를 늦추며 페이스 회복에 기여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때 호흡을 맞췄던 캐디 피터 갓프리.
쭈타누깐은 역사를 함께 썼던 두 캐디와 결별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견 차이가 결별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겉보기에는 장난기 가득하고 털털해 보이지만 쭈타누깐은 까다로운 유형이다. 의류를 선택하는 것도 깐깐하다. 반바지와 검정색 상의를 가장 선호하고 이외 몇 가지 패턴과 색상을 제외하곤 전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쭈타누깐은 이런 자신만의 확고한 생활방식이나 가치관 등에 어긋나는 언행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멘털 코치인 비전54 팀은 “쭈타누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아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리디아 고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리디아 고는 쭈타누깐보다 어리지만 정신적으로나 플레이 측면에서 성숙미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세계 정상급 플레이어로 도약하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성장통’일 수 있다. 실력뿐 아니라 골프 외적 부분도 조율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들이 때로는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상의는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선택하고 이겨내야 하는 건 순전히 쭈타누깐의 몫이다.
쭈타누깐에게 올해 기대되는 부분도 크다. 비전54 팀은 주로 드라이버 없이 경기했던 지난해보다 올해 드라이버 사용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드라이버 공포증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과정이라 올해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00야드 이상 때릴 수 있는 드라이버 샷까지 장착된 ‘완전체’ 쭈타누깐의 파괴력이 궁금해진다.
300야드에 달하는 시원한 드라이버 샷이 기대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