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25일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포즈를 취한 이정은. 2년 전 2개 대회에 출전해 신인 자격을 받지 못하게 된 중고 신인 이정은은 "신인상은 노릴 수 없지만 내 존재를 각인시키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사진 고성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2017년 시즌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현지 시간) 바하마 파라다이스 골프장.
드라이빙 레인지에 들어선 이정은(교촌치킨)은 특유의 넉살로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이정은은 올 시즌 LPGA 투어에 데뷔하는 신인이다. 지난 해 퀄리파잉(Q) 스쿨에서 5위에 오르면서 20명에게 주어진 풀 시드를 획득했다. 2014년부터 도전해 삼수 끝에 손에 쥔 풀 시드였다.
그러나 이정은은 신인이지만 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중고 신인'이다. 2014년 Q스쿨에서 조건부 시드를 받은 그는 2015년 시즌에 2개 대회에 출전해 신인 자격에서 제외됐다. 이정은은 "그 해에 병가에서 복귀한 선수가 16명이나 돼 나갈 수 있는 대회가 거의 없었다. 2개 대회 때문에 신인 자격을 받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풀 시드를 받게 됐다는 데에 의미를 두겠다"고 했다.
1988년생인 이정은은 요즘 추세로 치면 노장 소리를 듣는 나이에 LPGA 투어를 노크하고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도전에 반대도 많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그에게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정은은 "한국에서는 이미 내 나이에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했다. 미국에서도 나보다 나이 많은 한국 선수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꼭 오고 싶었던 곳이기 때문에 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어 카드를 얻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4년 Q스쿨에서 공동 28위에 올라 조건부 시드를 받았지만 2015년에는 조건부 시드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정은은 "Q스쿨은 정말 힘들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지난 해에는 올해가 진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쳤다. 그래서인지 Q스쿨을 통과한 뒤 한국에서 5번 우승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고 했다.
올해 프로 10년 차가 된 그는 다시 신인으로 돌아와 설레인다고 했다. 이정은은 "프로 10년 차지만 미국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신인이다. 영어도 서툴고,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잘 모른다. 나이도 적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고민하지 말고 성격처럼 직진하라'고 조언해준다.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 10년은 미국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국내에서 활동했을 당시 동명이인의 선수가 5명이나 돼 '이정은 5'로 불렸던 그는 미국에서도 이 이름을 고수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정은은 "워낙 내 이름을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이브 리'고 등록할까 고민 중이다. 개성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불리고 싶다"고 웃었다.
JTBC골프에서 대회 1,2라운드를 26,27일 오전 1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바하마=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