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가 혼다 LPGA 타일랜드 출전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2016 루키팀'이라는 트윗과 함께 가비 로페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전인지 트위터]
“지난해보다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전인지(23)가 23일 태국 파타야 시암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를 앞두고 시즌 목표를 밝혔다. 신중하고 겸손한 편인 전인지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목표를 뚜렷하게 말하진 않았다. 이번에도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그는 “많은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며 좋은 경기를 하고 싶은 바람이다. 휴식기 후 시즌 첫 경기를 치르게 됐는데 다시 코스에 돌아올 준비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전인지는 혼다 타일랜드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 대회에서 매우 잘했던 기억이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날씨와 음식 등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덥지만 경기 중 사우나를 한다는 기분으로 즐기겠다. 똠양꿍 등 다양한 태국 음식을 먹었는데 모두 맛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전인지는 오후 1시39분부터 리디아 고(뉴질랜드), 포나농 팻럼(태국)과 티오프를 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조 편성 중 하나다. 전인지는 지난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와 동반 플레이를 펼치는 등 치열한 최저타수상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낚은 전인지는 근소한 차이로 리디아 고를 따돌리고 극적으로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고려대 선후배이기도 한 전인지와 리디아 고는 코스 안팎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비시즌에 한국에서 만나 전인지가 리디아 고에게 밥을 사기도 했다. 투어 챔피언십에서 ‘최저타수상 수상 기념 턱’ 약속을 지킨 셈이다. 전인지는 최저타수상뿐 아니라 신인왕에 오르며 첫 해부터 LPGA투어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괴롭혔던 꼬리뼈 통증도 말끔히 없어졌다. 그는 자신의 팬카페에 “작년 내내 발생했던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몸이 날아갈 것 같다”라는 글을 올렸다. 겨우내 러닝과 필라테스 등으로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집중했다. 완벽한 회복을 위해 5주간 클럽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박원 스윙코치와 함께 미국 올랜도에서 훈련을 해온 전인지는 “부상과 통증 없어 시즌을 시작할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통증 탓에 러닝도 할 수 없었는데 올해는 훈련을 제대로 해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독기도 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골프선수 마케팅 시장이 위축된 탓에 메인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로고 없는 모자를 쓰고 첫 경기를 치르게 됐다. 세계랭킹 4위로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음에도 전인지는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다양한 서브스폰서 계약을 하긴 했지만 메인스폰서는 선수의 자존심과 연관된 문제다. 무지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전인지로선 기분이 좋을리 없다. 대회 프로암과 연습 라운드에서 전인지는 로고 없는 모자를 썼다. 메인스폰서를 구하고 있는 전인지는 좋은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JTBC골프는 혼다 타일랜드 1~4라운드를 23~26일 오후 3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