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루키 박성현은 데뷔전인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서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25개의 버디를 낚았다. [카네 제공]
평균 타수 1위, 평균 버디 수 1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데뷔전을 치른 루키 박성현(24)의 성적표다. 1경기만 치렀기 때문에 수치나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박성현의 ‘닥공(닥치고 공격)’ 위력은 대단했다. 우승 경쟁을 펼쳤고, 3위를 차지하는 등 박성현은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박성현은 8일 현재 평균 타수 68타로 1위, 평균 버디 수 6.25개(라운드당)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경기에 출전해 준우승-7위 성적을 낸 유소연이 평균 타수 68.25타로 2위에 자리했다.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자 박인비가 69타로 뒤를 잇고 있다. 평균 버디 수 부문에서는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이 5.41개로 2위에 올라 있다.
박성현은 지난 주 HSBC 위민스 챔피언스 1라운드 첫 홀 티박스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첫 날부터 화끈한 버디 쇼를 펼쳤다. 보기가 3개 있었지만 버디를 7개나 낚았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는 4연속 버디 퍼레이드를 포함해 버디 7개를 솎아냈다. 더블 보기 1개를 기록한 게 아쉬웠다.
3라운드, 4라운드에서도 각 5개와 6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버디 양산 능력을 뽐냈다. 이 대회에서 박성현은 총 25개의 버디를 낚았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함께 가장 많은 버디를 기록했다. 버디를 가장 많이 뽑고도 결국 보기나 더블 보기 수가 많아 박성현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셈이다. 박성현은 보기 7개, 더블 보기 1개로 9타를 잃었다. 준우승을 한 쭈타누깐은 18언더파, 박성현은 16언더파였다.
그린에서의 집중력은 훌륭했다. 평균 퍼트 수도 27.25개로 빼어났다. 보기 수만 줄였다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했다. 270야드에 달하는 장타와 송곳 아이언 샷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승 경쟁력은 충분하다. 특히 핀을 보고 바로 쏘는 스타일이라 잘 맞아 떨어지는 날에는 ‘몰아치기’도 가능하다. 또 파5 홀에선 웬만하면 2온을 시도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박성현은 첫 대회에서 그린 적중률 71%, 페어웨이 안착률 70%를 기록했다. 첫 경기 치곤 나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그린 적중률은 끌어 올려야 한다. 투어가 다르긴 했지만 지난 시즌 박성현의 그린 적중률은 79.72%에 달했다. 일단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미국 무대는 잔디를 비롯해 환경이 다르고, 코스 세팅도 한국보다 어려운 대회들이 많다. 박성현이 상황에 따라 그린을 어떻게 공략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신인 박성현은 일부 대회를 제외하곤 모두 처음 가는 코스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 코스와 환경에 대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녀 출전했던 싱가포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박성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시즌 미국 무대에서도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기에 적응기를 단축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박성현은 지난 시즌 국내 무대에서 평균 버디 수 4.67개를 기록했다. LPGA투어 평균 버디 수 1위는 4.34개의 쭈타누깐이었다. 박성현과 쭈타누깐이 펼칠 ‘버디 경쟁’은 시즌 내내 팬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한국산 ‘닥공’과 태국산 ‘닥공’의 흥미로운 대결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