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가 25일 LPGA투어 기아 클래식 2라운드에서 퍼트를 35개나 하는 등 1타를 잃고 선두 자리에서 밀려났다. [사진 LG시그니처]
‘퍼트 35개.’
전인지(23)가 까다로운 아비아라 골프장의 그린에 고전했다. 전인지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기아 클래식 2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솎아냈지만 보기 3개를 적으며 1타를 잃었다. 전날 6언더파 공동 선두에서 중간 합계 5언더파 공동 8위로 밀려났다.
아비아라 골프장은 아기자기한 면이 있다. 페어웨이가 좁아 장타를 칠 수 있는 홀이 많지 않다. 400야드가 넘는 파4 홀이 단 1개에 불과하다. 또 페어웨이를 놓치면 깊은 계곡에 빠지는 등 함정이 많아 3번 우드 등으로 전략적인 티샷을 요하는 코스다. 그린은 부드럽고 넓은 편이지만 까다롭다. 그린 경사는 심하지 않다. 하지만 미세한 브레이크가 많아 짧은 퍼트를 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그린 잔디의 품종이 포아애뉴아다. 퍼트를 잘하는 박인비도 껄끄러워하는 잔디다. 일단 자라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오전과 오후의 그린 스피드가 확연히 다르고, 많이 튀는 특성이 있다. 오후가 되면 선수들의 스파이크 자국 등으로 그린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그래서 선수들이 짧은 퍼트를 미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퍼트 귀신'이라 불리는 박인비와 리디아 고도 짧은 퍼트 실수 후 퍼터를 그린에 내리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17번 홀에서 1m도 안 되는 퍼트를 놓치기도 했다. 결국 짧은 퍼트를 여러 번 놓친 리디아 고는 2오버파로 컷 탈락 고배를 마셨다. 선수들은 “공이 일정하게 구르지 않아 퍼트를 할 때 인내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전인지는 첫 날 퍼트를 31개 기록했다. 그린을 한 번 놓친 것을 고려하면 준수한 편이었다. 버디도 8개나 낚았다. 하지만 이날 그린을 두 번 놓쳤고, 퍼트도 35개에 달했다. 버디를 낚은 두 홀을 제외하고 평균적으로 2퍼트를 했다고 볼 수 있다. 3퍼트도 나왔다. 오전에 경기했던 전인지는 첫 날 오후와는 달라진 그린에 고전을 면치 못한 셈이다. 샷감은 좋기 때문에 우승을 위해선 아비아라의 튀는 잔디를 잘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전인지는 전반에 보기 3개를 범했다. 하지만 후반 9홀에서 보기없이 버디 2개를 낚았다. 첫 날과 마찬가지로 후반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린 컨디션이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적응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이날 5언더파를 몰아친 허미정은 퍼트 29개를 기록했다. 허미정도 전인지처럼 그린을 두 번 놓쳤다. 전인지와 허미정은 퍼트 개수 차이만큼 타수 차가 났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이 대회에 출전한 아마추어 최강자 성은정도 이날 퍼트 35개를 하며 고전했다. 이날 무려 8타를 잃은 성은정은 13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