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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종' 이미림과 손목의 핑크색 밴드

김두용 기자2017.03.28 오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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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은 손목 보호를 위해 항상 핑크색 밴드를 두르고 경기를 한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기아 클래식 최종 라운드. 이미림이 왼손목에 두른 핑크색 밴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통증 완화를 위한 테이핑이었다. 그렇게 이미림은 통증을 여기내고 최종 20언더파 268타,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낚아 최종일 챔피언 조의 압박감도 털어냈다. 이미림은 2014년 10월 레인우드 클래식 이후 2년 5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이미림은 손목 통증을 안고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왼손목에 팔찌와 같은 테이핑을 항상하고 있다. 그의 손목은 2013년 말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준비하면서부터 좋지 않았다. 당시 그는 왼손목을 다쳐 피로 골절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당당히 Q스쿨에서 2위로 풀시드를 얻어 LPGA투어에 진출했다. 클럽을 잡기 힘들 정도로 손목이 부어올랐지만 꾹 참고 참았다.

이미림은 올해도 계속해서 테이핑을 해야 한다. 통증이 심하진 않지만 달고 살아야 하는 고질병이다.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다. 하지만 수술하면 재활 기간이 길어지고, 감각을 예전처럼 되찾는 등의 완쾌도 장담할 수 없어 그는 재활치료를 택했다. 경험이 있는 선배들의 “수술하면 안 된다”는 조언도 이런 결정에 도움을 줬다.

이미림은 손목 보호를 위해 일정을 조율한다. 페어웨이가 딱딱한 코스는 주로 건너뛴다. 지난 시즌에도 몇몇 대회를 건너뛰며 손목 통증이 도지지 않게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그는 손목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장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270야드에 달하는 장타를 구사하고 있다.

장타에 올해는 정교한 아이언 샷을 더해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그린 적중률이 71.08%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0.56%까지 끌어올렸다. 기아 클래식에서는 83.33%의 고감도 아이언샷으로 코스를 요리했다.

아프지만 성숙한 이미림은 2년 전 역전패 악몽도 이겨냈다. 통산 2승 수확 후 준우승만 4차례 했던 이미림이 가장 아쉬워했던 대회가 2015년 기아 클래식이었다. 당시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이번에는 1타 차 선두로 나섰지만 이미림은 4번의 준우승으로 단단해진 덕분인지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첫 홀 버디로 시작으로 9번 홀까지 징검다리 버디를 낚아 전반이 끝날 때 5타 차까지 간격을 벌리며 승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7번 홀에서는 10m 이상의 장거리 퍼트도 홀에 쏙 집어넣었다.

여러 모로 페어웨이 안착률이 중요했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러프가 억세 손목에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는 코스였다. 페어웨이를 6번이나 놓치는 등 티샷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모두 파로 막아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빼어난 퍼트감도 돋보였다. 이미림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28.5개의 퍼트 수를 기록하며 울퉁불퉁한 아비아라 골프장의 그린을 접수했다. 올 시즌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68개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림은 “2년 전 역전패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린이 어려운데 퍼트가 잘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림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의 기아 클래식 ‘준우승 징크스’도 털어냈다. 지난 6년간 한국은 준우승만 5번 차지했다. 이미림뿐 아니라 한국자매들이 리더보드를 대거 점령하며 여자골프 최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유소연(메디힐)이 최종일 6타를 줄여 14언더파 준우승을 차지했다. ‘수퍼 루키’ 박성현(넵스)은 12언더파 공동 4위로 허미정(대방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 시즌 초반 6개 대회에서 4승을 쓸어 담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 대한 전망도 밝히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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