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이 3일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 연장전에서 패해 4벌타의 악몽을 극복하지 못했다.
뻘겋게 달아오른 눈가에 눈물을 왈칵 쏟아내서인지 콧등까지 온통 불그스레했다. 예기치 않은 벌타 소식을 접한 렉시 톰슨(미국)은 후반 들어 눈물을 흘리며 샷을 해야 했다. 황당 4벌타에도 경기력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던 톰슨은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지만 결국 우승에는 실패했다.
톰슨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톰슨은 드라이버 티샷이 우측으로 밀렸고, 러프에서 시도한 세컨드 샷도 짧았다. 122야드를 남겨두고 웨지로 세 번째 샷을 했지만 핀 가까이에 붙이지 못했다. 결국 톰슨은 6m 거리에서 2퍼트로 파에 머물렀고, 버디를 낚은 유소연에게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톰슨은 이날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은 선수였다. 그는 ‘황당 4벌타’에도 포기하는 집념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 갔다. 톰슨은 13번 홀로 이동하던 중 경기위원회가 결정한 전날 17번 홀 벌타 상황을 듣게 됐다. 톰슨은 40cm 정도의 파 퍼트를 남겨두고 홀아웃하려 했다. 탭인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마크를 한 뒤 공을 집어 들고 다시 공을 놓았다. 하지만 이 순간 리플레이스 실수가 일어났다.
톰슨은 무심코 볼을 다시 놓았지만 부주의로 인해 원위치와 달랐던 것이다. 원래는 코인으로 마크를 했을 때 공에 가려 볼마커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공을 놓을 때 홀 방향 앞쪽으로 리플레이스를 하는 바람에 코인이 선명하게 보였다. 결국 톰슨은 잘못된 리플레이스로 2벌타를 받았고, 3라운드 스코어카드 오기로 2벌타를 더 받게 됐다. 모두 4벌타를 받아 3라운드 17번 홀 스코어가 파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정정됐다.
이 벌타로 4타를 잃은 톰슨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지만 톰슨의 경기력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톰슨은 벌타 상황을 듣고 난 후 13번 홀에서 티샷 실수가 나왔지만 7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15번 홀 3m 버디를 낚아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하지만 16번 홀에서 3.5m 파 퍼트가 홀 살짝 돌고 나와 13언더파로 떨어졌다. 이후 유소연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톰슨은 18번 홀에서 5m 이글 기회를 잡았지만 조금 짧아서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톰슨은 연장전에서 유소연에게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한 톰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벌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캐디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게 도와줬고, 13번 홀에서 버디를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이 대회 정상 탈환을 기회를 놓친 톰슨은 “이번 사건을 통해 얼마나 감성적인 선수인지를 알게 됐다. 또 내 안의 다른 강한 모습을 알게 됐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제 자신은 자랑스럽다. 다음에 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톰슨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 가장 강한 선수 중 한 명이다. 2014년 우승 후 7위-5위-준우승을 연이어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했지만 마지막 날 1오버파 부진으로 5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