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표된 '렉시법'은 ANA 인스퍼레이션 때의 렉시 톰슨과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즉시 시행된다.
앞으로 '제3의 눈', 즉 고화질 카메라와 카우치 룰러(couch ruler)를 통한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골프규칙을 정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26일(한국시간) 일명 ‘렉시 톰슨법’을 발표했다. 소파(카우치)에 앉아 TV 중계를 통해 규정 위반을 잡아내더라도 무조건 벌타를 매기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고화질의 카메라가 미세한 규정 위반을 포착하더라도 경기위원회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선수는 벌타를 받지 않게 된다. 이 규정은 즉시 시행된다.
‘렉시 톰슨법’은 선수의 정직성과 판단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했다. 비디오 재생으로 선수의 규정 위반이 발견되더라도 경기위원회가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벌칙은 없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US여자오픈 연장전의 ‘벌타 논란’ 사건이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는 브리타니 랭(미국)과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벙커에서 백스윙을 하다 클럽이 모래에 살짝 닿았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고화질의 방송 카메라는 이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냈다. 결국 노르드크비스트는 2벌타를 받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R&A와 USGA는 선수가 드롭을 하거나 마킹 후 리플레이스를 하는 상황에 대한 규정 적용도 발표했다. 만약 ‘정확한 위치 측정을 위해 합리적으로 모든 행동을 했다’고 판단된다면 이에 대한 벌타 부과는 없다. 비디오 등을 통해서 ANA 인스퍼레이션 때의 렉시 톰슨처럼 오소 플레이가 지적되더라도 선수가 최선을 다해 리플레이스를 했다고 판단되면 벌타가 없다는 뜻이다. 규정위원회는 앞으로 톰슨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동반자들을 조사할 예정이고, 해당 선수가 합리적인 모든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벌타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변경안은 검토를 거쳐 2019년 시행하려고 했으나 ‘톰슨 사태’로 인해 앞당겨졌다. 지난 4월 초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톰슨은 여유 있게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3라운드 17번 홀(파 3)에서 리플레이스 실수가 시청자의 제보를 통해 확인돼 4벌타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결국 톰슨은 연장 끝에 유소연에 패했다.
규정이 발표됐지만 아직 논의 사안들은 남아 있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전무는 “방송 기술의 발전이 시청자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과 공정한 규정 적용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A와 USGA는 시청자 제보와 스코어카드 제출 뒤 벌칙 적용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프로골프협회(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새로운 규정을 반기고 있다. LPGA는 "R&A와 USGA가 신속한 조치를 내려줘 감사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