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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옆 아버지 빈자리 채운 '미남 캐디'

김두용 기자2017.05.16 오후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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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과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미남 캐디 로이 클라크. [최운정 제공]

“너희 아빠는 어디 갔어?”

‘오렌지 걸’ 최운정(볼빅)에게 요즘 외국 선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인사말이다. 그만큼 최운정과 아버지 최지연(58) 씨는 단짝이었다. 미국 무대 진출서부터 9년 넘게 선수-캐디로 호흡을 맞췄다.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는 환상의 궁합을 뽐내며 마침내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LPGA투어 대회 157경기 만의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아빠를 캐디로 할 수 있냐”는 핀잔을 줬던 외국 선수들도 이제 스토리를 잘 알기 때문에 되려 최운정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보곤 한다.

지금 최운정의 옆에는 아버지 대신 ‘미남 캐디’ 로이 클라크(아일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홀로서기’를 선언한 최운정은 4명의 캐디와 호흡을 맞춘 끝에 클라크를 택했다. 최운정은 일단 클라크와 올 시즌 끝까지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클라크는 박세리와 양희영의 백을 멘 적이 있고, 지난해 텍사스 슛아웃에서 신지은과 함께 호흡을 맞춰 우승을 합작했던 캐디이기도 하다.

◇ 아빠처럼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한 아일랜드

일단 클라크는 한국 선수와 인연이 많은 캐디다. 최운정은 JTBC골프와 전화 인터뷰에서 “(박)세리 언니가 추천을 해줬다. 우승 경험도 있고 주니어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도 잘 이해한다”고 자신의 캐디를 소개했다. 클라크도 최운정과 아버지 관계를 잘 알고 있다. 최운정은 “캐디가 먼저 ‘아빠처럼 해주겠다. 어떻게 해줬느냐’라고 물어볼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LPGA투어 캐디 중 외모 순위 1, 2위를 다툴 정도로 미남이다.



최운정은 최근 캐디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성적이 안 나니까 캐디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캐디 탓이 아닌데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빨리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털어놓았다. 최운정은 올 시즌 10경기 모두 출전해 컷 탈락 없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지만 톱10에 한 번밖에 들지 못했다.

클라크는 아버지만큼은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최운정은 “캐디가 코치와 연락을 하더니 제 경기를 분석하며 데이터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3~5야드에서 버디 성공률과 벙커 세이브 성공률’ 등의 수치를 알려주는데 깜짝 놀랐다. 이전에는 몰랐던 수치들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처럼 오랫동안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마음에 젊은 캐디를 선택했고,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최운정은 “유럽 사람이라 영어 발음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그래서 미국 영어 발음으로 정정해주고 악센트도 알려준다. 제가 캐디의 ‘미국식 영어’ 레슨을 하는 셈”이라며 하하 웃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클라크와 투어를 누비고 있지만 아직은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가 많다. 최운정은 “대회를 치르면서 아버지가 알아서 꼼꼼히 챙겨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거침 없는 조언을 해줬다. 아무래도 그 부분에 익숙해져 있다”며 “아버지는 선수에 50%를 맞춰줬다. 하지만 캐디는 선수에게 90%를 맞춰주려고 한다”고 솔직하게 비교했다. 아버지처럼 냉정하게 직언할 수 있는 캐디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무래도 캐디는 고용주인 선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아버지 최지연 씨는 워낙 꼼꼼하고 유능한 캐디였다. 동료들도 최 씨를 캐디로 영입하고 싶어했을 정도다. 최운정은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해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아버지는 완벽한 짝궁”이라고 강조했다.




◇ 투어 9년차 가장 힘든 시기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최운정은 2009년 LPGA투어 입문 후 가장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아버지의 빈자리 탓이다. 그는 “골프를 혼자 한다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아빠랑 둘이서 같이 한 것 같다”고 정리했다. "컨디션이 좋지만 성적이 잘 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아버지가 도와준다면 자신 있게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투어 9년차인 최운정은 혼자 이겨내야 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어렵고 힘들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컨디션은 좋은데 성적이 나지 않으니까 자신을 더 몰아붙이고 있다. 조급함 때문인지 더 안 풀렸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기지만 대학교 교수님의 조언이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4학년이 된 최운정은 “교수님이 ‘연습이 재미있냐’는 질문을 했다. 사실 연습을 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지만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며 “질문을 받고 나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너무 기계적으로 효율적이지 않게 연습을 하는 건 아닌지 반문도 해봤다”고 털어놓았다. '골프를 즐겨라'는 말은 선수가 직업인 최운정에게 더욱 어려운 과제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연습을 즐겁게 하려면 우승의 맛을 다시 한 번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최운정은 올 시즌 목표를 높게 잡진 않았다. 그는 “승수를 떠나서 목표는 우승을 하는 것이다. 1승이냐 2승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인 LPGA 볼빅 챔피언십이다. 26일부터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에서 열리는 볼빅 챔피언십을 준비하고 있는 최운정은 “지난해 스스로 너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선수라기보다 스태프처럼 생각하고 대회를 임했던 것 같다”며 “지난해 LPGA 대회 두 번째 아웃오브바운즈(OB)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잘 쳐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침착하게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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