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과 아버지 최지연 씨가 29일 끝난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볼빅 제공]
‘오렌지 걸’ 최운정(볼빅)이 다시 만난 아버지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최운정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 주 앤아버의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묶어 6타를 줄였다. 최종 13언더파로 올라선 최운정은 공동 11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최운정은 지난 7개 대회에서 아버지가 아닌 다른 캐디를 고용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볼빅 챔피언십 이전까지 '미남 캐디' 로이 클라크와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았다. 올 시즌 첫 톱10 대회였던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도 아버지가 캐디백을 멨었다. 메인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를 앞두고 최운정은 아버지에게 SOS를 보냈다. 부담감이 크고 중요한 대회라 아버지는 딸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
‘최고의 캐디’라고 믿고 있는 아버지가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준 덕분에 최운정은 3, 4라운드에서 힘을 냈다. 3라운드 67타, 4라운드 66타를 기록해 무려 11타를 줄이며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특히 4라운드에서는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할 정도로 완벽한 샷감을 뽐냈다. 최운정은 송곳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5번과 8번 홀에서 버디를 솎아냈다. 11번과 13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엮은 최운정은 14번 홀에서 이글을 성공했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낸 최운정은 하이브리드로 2온을 시도했다. 공은 그린 끝에 걸렸다. 핀까지 거리는 6야드. 최운정은 침착하게 이 퍼트를 집어넣으며 아빠와 함께 환호했다. 18번 홀에서 10m 거리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서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진 못했다.
최운정은 “최근 샷감이 정말 좋았다. 그동안 퍼트가 잘 떨어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5야드 내의 퍼트가 많았다. 지난 대회들보다 퍼트가 잘 떨어졌다”며 “무엇보다 아빠와 함께 해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아버지 최지연 씨는 “지난 7주 동안 딸의 플레이를 지켜봤는데 일단 골프를 즐기지 못하더라. 아빠로서 안타까운 부분이었고, 경기를 즐기는 방법을 일깨워주고 싶었다”며 다시 백을 메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다시 힘을 합쳐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당분간은 부녀 콤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최운정은 “아버지와 함께 하면 정말 마음이 편하다. 계속해서 백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전까지 캐디를 했던 로이도 ‘아버지하고 플레이할 때 퍼트가 훨씬 잘 들어간다’고 분석한 데이터까지 보내며 수긍했다”고 덧붙였다. 최지연 씨는 “남도 도와주는데 딸이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나. 부모의 도리로서 당연히 잘 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딸의 캐디 역할을 했던 최지연 씨는 2015년 마라톤 클래식에서는 LPGA투어 157경기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다. LPGA투어의 현역 캐디 중에서도 최고령에 속한다. 최운정은 “주위에서 아버지 건강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하신다. 이번 대회에서 상금도 많이 벌었으니 보약도 지어드리고 맛있는 음식들도 잘 챙겨드리겠다"며 남다른 사랑을 과시했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