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왼쪽)이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렉시 톰슨이 1년여 만에 3위 복귀에 성공했다. [LPGA 제공]
여자골프의 빅3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부동의 세계 1위를 지켰던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밀려났고,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이 치고 올라왔다.
4일(한국시간)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 순위는 1위 유소연,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3위 렉시 톰슨, 4위 리디아 고다. 리디아 고는 2014년 12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세계 3위로 내려앉더니 이번에는 한 계단이 더 떨어졌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대회를 치를수록 세계랭킹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톰슨의 상승 곡선은 뚜렷하다. 톰슨은 2016년 6월13일 세계랭킹 4위로 밀려난 뒤 1년여 만에 다시 세계 3위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유소연, 쭈타누깐과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했다. 이들 빅3는 올해 1승 이상을 수확하고 있다. 반면 리디아 고는 우승컵이 없을뿐더러 우승 경쟁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 톱10 피니시율을 들여다보면 세계랭킹 순위도 보인다. 톱10 피니시율 1~5위가 그대로 세계랭킹 1~5위순이다. 올해 성적이 대거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유소연이 12경기에서 9경기 톱10에 오르며 톱10 피니시율 7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쭈타누깐이 60%로 2위, 톰슨이 58%로 3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13경기에서 7경기에서 톱10에 올라 54%를 기록하고 있지만 빅3보다 내용 면에서는 떨어진다. 톱5 1회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우승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전인지가 톱10 피니시율 5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톰슨은 올해 갖가지 시련을 딛고 더 강인해진 모습이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챔피언십에서 ‘4벌타 악몽’으로 우승을 놓쳤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5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아픔을 털어냈다. 지난 6월에는 엄마 주디 톰슨의 자궁암 소식도 접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만 이 또한 잘 이겨내고 있다. 웃음기를 빼고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임한 톰슨은 7언더파 공동 7위에 올랐다.
270야드 이상의 장타에다 고감도 아이언 샷까지 겸비한 톰슨에게 요즘 코스가 쉬워 보인다. 퍼트만 잘 떨어지면 톰슨은 언제든지 60대 타수를 기록할 수 있는 기량을 지녔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 톰슨은 68.85타로 1위에 올라 있다. 박인비가 68.98타로 2위, 유소연이 69타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톰슨의 세계랭킹 포인트는 평균 7.81점이다. 8.70점의 유소연, 8.31점의 쭈타누깐과도 차이가 좁혀졌다. 올 시즌 개막 직전만 해도 6.12점에서 출발한 톰슨은 포인트를 계속해서 끌어 올리고 있다. 톰슨은 7일 신생 대회인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 대회를 건너뛴다. 톰슨이 다음 주 US여자오픈에서 정상 등극에 성공하면 유소연과 쭈타누깐의 성적에 따라서 세계 1위 도약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반면 85주 연속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리디아 고는 어느덧 세계랭킹 포인트가 13점에서 7.60점까지 떨어졌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59위로 부진했다. 아이언 샷이 예전 같지 않고 장기인 강력한 퍼트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랭킹 순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상금랭킹도 40만 달러로 21위까지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 우승 경쟁을 한 번도 못할 정도로 바뀐 스윙, 캐디, 클럽 적응기가 길어지고 있다.
오히려 7위 박인비가 다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박인비는 올 시즌 12경기에 출전해 한 번도 2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우승 1회를 포함해 톱10에도 5번 들었다. 평균 타수가 68.98타일 정도로 견고한 샷감을 뽐내고 있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72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인비는 최근 새로운 퍼터로 날카로운 퍼트감 되찾기에 나서고 있다. ‘컴퓨터 퍼트’가 돌아온다면 박인비의 세계랭킹 1위 탈환 도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