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퍼트를 하고 있는 박성현. 최종일에 박성현의 퍼트는 홀 앞에서 멈춰선 것이 1개도 없을 만큼 과감했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2위 박성현은 2019년 시즌 첫 대회 출전을 앞둔 지난 2월 중순 동계 훈련의 성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퍼트를 언급했다. 박성현은 "퍼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연습을 많이 했다. 편안한 어드자세를 찾았고, 새로 바꾼 퍼터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박성현이 업그레이드된 퍼트로 시즌 첫 승을 일궈냈다. 박성현은 3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의 뉴 탄종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5언더파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6승 째다.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4타 차 공동 8위로 출발한 박성현은 1~3번 홀의 연속 버디로 시동을 걸었다. 7번 홀까지 무려 5타를 줄이는 몰아치기가 나왔다.
박성현은 타수를 줄여야 하는 파 5, 8번 홀에서 최종 라운드의 유일한 보기를 기록했다. 3온을 시킨 뒤 첫 번째 퍼트가 너무 과감해 홀을 2.5m 지나쳤고, 3퍼트로 보기를 했다.
그러나 박성현의 퍼트는 첫 보기 이후 오히려 과감해졌다. 10번 홀(파 4)에서 8m 가량의 긴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렸고, 14번 홀(파4)에서는 티샷을 그린 입구까지 보낸 뒤 프린지에서 퍼트를 잡고 공을 홀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박성현은 최종일에 페어웨이는 딱 2번 놓치고(85%), 그린은 단 한 차례 놓치는(94%) 정확도 높은 샷을 선보였다. 높은 그린적중율을 기록하고도 27개를 기록한 퍼트 실력은 발군이었다. 동계훈련 동안 업그레이드된 퍼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박성현의 이번 우승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LPGA투어 3년차가 된 박성현은 시즌 초반 다소 불안한 출발을 했다. 2년차였던 지난해에는 첫 4개 대회에서 중하위권과 컷 탈락을 기록하다 4월 초에야 첫 톱 10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출전 두 번째 대회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특유의 몰아치기와 상승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현은 "이렇게 빨리 우승이 올 지 몰랐다. 항상 시즌 초반이 어려웠는데 빨리 우승을 하게 돼 남은 시즌에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계랭킹 1~3위의 맞대결에서 완승했다는 것도 큰 의미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 1라운드부터 세계 1위 쭈타누깐, 3위 이민지와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 첫 날 공동 6위(3언더파), 2라운드 공동 7위(4언더파), 3라운드에 공동 8위(7언더파)를 했다. 쭈타누깐과 이민지는 나란히 1,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4언더파), 공동 2위(5언더파)를 한 뒤 3라운드에서는 쭈타누깐이 1위(11언더파), 이민지가 2위(10언더파)였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에서 쭈타누깐과 이민지는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우승 경쟁에서 물러났다. 쭈타누깐은 3타를 잃고 8언더파 공동 8위, 이민지는 3타를 줄이는데 그쳐 13언더파 2위로 경기를 마쳤다. JTBC골프에서 LPGA투어 해설을 하는 한희원은 "이번 경기 결과를 토대로 박성현이 앞으로 세계랭킹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