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이후 7년 만에 우승한 박희영.
박희영이 7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감격적인 정상에 올랐다.
9일 호주 빅토리아주 바원 헤즈의 서틴스 비치 골프 링크스 비치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빅오픈에서다.
박희영은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5개로 1오버파를 기록, 최종 합계 8언더파로 유소연, 최혜진과 연장전을 치른 끝에 연장 네 번째 홀에서 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라운드 정규 홀 경기에서 가장 흐름이 좋았던 건 최혜진이었다. 최혜진은 3언더파를, 유소연은 이븐파를 쳤다. 그러나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13년차 베테랑 박희영의 관록은 연장전에서 빛났다.
박희영은 강풍 속에서 타수 관리를 잘 했다. 버디 4개와 보기 5개로 1타를 잃으면서 연장전에 합류했다. 박희영은 연장전에서 먼저 기선을 잡았다.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 경기에서 두 번째 샷을 홀 2m에 붙여 이글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 퍼트가 살짝 홀을 비껴갔고, 유소연과 최혜진이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연장전이 이어졌다.
유소연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먼저 탈락했다. 최혜진과 연장 세 번째 홀 경쟁을 펼친 박희영은 버디-버디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는 네 번째 홀에서 끝났다. 최혜진의 티샷이 오른 쪽으로 밀렸고, 이 공이 솔방울 위에 떨어지면서 두 번째 샷도 레이업시키지 못했다. 나무 숲에서 3번 우드로 세 번째 샷을 한 최혜진은 이 샷을 깊은 러프로 빠뜨리면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고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박희영은 3온을 시킨 뒤, 2퍼트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긴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3년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 우승 뒤 무려 7년 만의 우승이다.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박희영은 2013년까지 2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고질적인 왼 손목 부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초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지만 성적 부진으로 시드를 잃었다. 12년 만에 다시 퀄리파잉(Q) 시리즈로 돌아간 박희영은 공동 2위로 올해 다시 투어 카드를 받았다. 박희영은 "골프를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다시 시작했다. 올해 손목 부상에서도 회복됐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포기하지 않았더니 하나님이 주신 선물같다"며 감격해 했다.
박희영의 우승은 의미가 크다. 1987년생인 박희영은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 가운데 지은희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오랜 부상으로 침묵한데다 결혼을 하면서 골프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7년 만의 침묵을 깨고 우승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다시 꿈꿀 수 있게 됐다. 박희영은 "결혼을 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 골프에만 연연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투어 활동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