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 소렌스탐.
올 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두 번째 대회인 게인브릿지 LPGA가 ‘골프 여제’의 귀환으로 들썩인다. 통산 72승을 거둔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이 13년 만에 컴백 무대를 갖는다. 2011년부터 2년간 109주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청야니(32·대만)도 함께 한다.
2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에서 LPGA 투어 게인브릿지 LPGA가 개막한다. 현 세계 1위 고진영(26)과 2위 김세영(28)을 비롯해 여자 골프 세계 톱10 중 6명이 출전해 진검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
이번 만큼은 다른 얼굴에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진다. 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2257만 달러)이자 메이저 10승,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8회 수상에 빛나는 ‘레전드’ 소렌스탐이 출전 선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LPGA 대회에 정식 선수로 나서는 건 2008년 11월 ADT 챔피언십 이후 12년 3개월 만이다. 지난달 개막전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도 참가했지만, ‘초청 명사’ 자격이었다. 당시 53명 중 9위에 올라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소렌스탐은 LPGA와 인터뷰에서 “많은 걸 바라진 않는다. 도전 그 자체만으로 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이번 대회 출전이 온전한 형태의 현역 복귀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골프위크는 “소렌스탐은 여름에 열릴 US 시니어 여자오픈 출전을 고려 중이다. 이를 앞두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게인브릿지에) 나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렌스탐은 “은퇴한 동안 가장 큰 변화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골프채를 잡은 것도 가족들과 상의를 거친 결과다. 지난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나선 것도 2011년에 태어난 아들 윌리엄(10)의 격려 덕분이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아들을 보며 가슴 속 골프에 대한 흥미와 열정의 불꽃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게인브릿지 LPGA는 소렌스탐이 20여 년간 거주한 집 인근에서 열린다. 두 아이 앞에서 골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그는 “아이들과 이웃이 함께 보는 앞에서 골프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렌스탐 은퇴 후 골프 여제 지위를 물려 받은 청야니도 이번 대회에 함께 한다. LPGA 투어 통산 15승에 빛나는, 또 한 명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11~13년 109주 연속 세계 1위를 지켰고, 2010년과 11년 LPG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2012년 3월 KIA 클래식 우승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세계 랭킹이 919위까지 추락했다. 2018년 10월 이후엔 단 한 번도 컷 통과를 하지 못했다.
2019년 4월 롯데 챔피언십 이후 허리 통증 재활 등으로 골프채를 잡지 못했던 청야니는 1년10개월 만에 LPGA 투어 무대를 밟는다. 부진을 떨치지 못해 경기 중 코스에서 여러 차례 울기도 했다던 그는 2019년 하반기엔 대만의 명상원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그는 “예전처럼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다시 1등이 되기보다는 LPGA투어에서 정상적으로 경기하는 게 목표다. 골프를 사랑하는 ‘진짜 야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JTBC골프가 이 대회 1라운드를 26일 오전 4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