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니카 소렌스탐.
여자 골프계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3년 만에 LPGA 투어 무대를 밟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공백이 무색하게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음은 물론 경기위원의 오심에도 불구하고 컷통과에 성공했다.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앤 컨트리클럽(파72, 6701야드)에서 LPGA 투어 시즌 두번째 대회인 게인브릿지 LPGA 대회가 막을 올렸다. 지난해 이 대회는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톤의 보카리오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려 게인브릿지 LPGA 앳 보카리오라는 이름으로 치러졌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개최지를 레이크 노나 골프 앤 컨트리클럽으로 변경했다. 이곳은 소렌스탐은 물론 청야니(대만), 리디아고(뉴질랜드) 등 전 세계 랭킹 1위 선수들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현재 청야니는 다른 곳으로 이사했고, 소렌스탐과 리디아고는 여전히 거주중이다.
이 곳에서 LPGA 투어 주관 대회를 치르는 것은 지난 1990년 솔하임컵 이후 두번째다. 안방에서 LPGA 투어 대회가 치러지는 만큼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소렌스탐은 지난 2008년 은퇴 후 무려 13년 만에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51세의 나이로 20~30대 선수들과 샷 대결에 나섰다. 소렌스탐은 대회 첫날 버디 1개, 보기 1개, 트리플 보기 1개 등으로 3오버파를 쳤다. 아쉬운 것은 5번 홀(파4)에서 나온 트리플 보기다. 현장에 있던 경기위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규정을 적용해 벌타를 받았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소렌스탐의 티샷이 개방이 가능한 펜스 근처에 떨어졌다. 펜스로 인해 스윙을 하기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소렌스탐은 '펜스를 열면 안되냐'고 물었는데, 현장에 있던 경기 위원은 문을 '열 수 없다'고 해 결국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후 드롭했다. 결국 이 홀을 트리플보기로 마쳤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심이다.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에 대한 경기위원의 오류였다. 펜스는 개방이 가능했다. 즉, 이동 가능한 장해물로 2019년 개정된 룰에 의해 선수의 샷에 방해가 된다면 이동(개방)이 가능했다. 소렌스탐의 주장처럼 펜스를 개방한 후 샷을 했다면 그는 벌타 없이 이 홀을 마쳤을 수 있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경기위원은 2라운드 직후 소렌스탐에게 해당 오심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에 소렌스탐은 '10여년 전 선수 생활 당시 USGA 룰 스쿨을 다녔던 이후 새롭게 바뀐 규정을 숙지하지 않았다'며 큰 소란 없이 경기위원의 사과를 받았다.
사실 1라운드 오심의 아쉬움은 이미 2라운드에서 털어냈다. 1라운드에서 3오버파 공동 77위로 컷탈락 위기였던 그는 2번 홀(파5)과 3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 4번 홀(파3)에서 보기, 7번 홀(파4)에서 버디, 8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를 쳤고, 중간합계 2언더파를 기록했다. 언더파 타수를 기록하며 스코어를 줄였고, 중간합계 2오버파로 컷오프 기준 타수를 충족시키며 턱걸이 컷통과에 성공했다. 경기를 마친 그는 "목표는 언더파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하며 "정말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는 리디아고가 중간합계 10언더파로 2일 연속 단독 선두다. 전인지는 리디아고에 3타 차 단독 4위로 순항중이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선두와 6타 차 공동 16위다. JTBC골프&스포츠는 대회 3라운드를 28일 오전 1시 45분부터 위성생중계한다.
김현지 기자 kim.hyeonji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