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리디아 고(24)가 다시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슬럼프를 딛고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리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세계 랭킹도 다시 톱10 진입을 노릴 위치까지 올라왔다.
리디아 고는 지난 5일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10타를 줄였다. 이날 기록한 62타는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이었다. 최종일에 뒷심을 발휘한 그는 합계 16언더파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패티 타바타나킷(태국·18언더파)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준우승 덕에 리디아 고는 세계 랭킹도 뛰어올랐다. 6일 발표된 여자 골프 세계 랭킹에서 지난 주 22위에서 11계단 상승한 11위에 올랐다. 연이은 부진에 한때 세계 55위까지 내려갔던 그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톱10 진입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세계 톱10에 든 건 2017년 말 9위였다.
리디아 고의 최근 행보는 눈에 띈다. 올해 치른 4개 대회 중 게인브릿지 LPGA, ANA 인스퍼레이션 등 2차례 준우승했다. 10개 대회까지 범위를 넓히면 7개 대회 톱10에 들었다. 우승은 아니어도 분명 경기력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단 의미다. 지난 2019년 24개 대회에서 톱10에 3차례 밖에 들지 못할 만큼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기량이 다시 좋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수치도 좋아졌다. 2019년 67.73%에 그쳤던 그린 적중률은 올 시즌 71.53%로 올라갔다.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도 245.47야드에서 올 시즌 259.94야드로 늘어났다. 2019시즌 평균 70.98타였던 그는 올 시즌엔 69.81타로 1타 이상 타수를 줄였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대회 내내 선두를 달렸던 타바타나킷에 가려졌지만, 리디아 고의 최종 라운드 활약은 분명 눈에 띄었다. 신들린 듯 한 경기력으로 타바타나킷에 크게 뒤졌던 타수 차를 확 좁혔다. 리디아 고가 이날 기록한 퍼트수는 단 24개에 불과했다. 18번 홀 플레이를 마친 뒤에 그는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동안 따라다녔던 부진, 슬럼프에서 확실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리디아 고는 경기 후 "세계 1위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더이상 그때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 생각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10대부터 LPGA 투어 대회 우승을 거두면서 104주간 여자 골프 세계 1위를 달렸던 골퍼였다. 그러나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연이은 스윙 코치 교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부진이 이어졌다. 그나마 최근 여유를 되찾으면서 다시 세계 톱을 향해 달릴 채비를 갖췄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