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코르다(왼쪽)가 지난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GC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부 최종라운드가 우천으로 중단되자 리디아 고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게티 이미지.
한국 양궁대표팀 김우진(29, 청주시청)은 지난달 28일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1회전에서 심박수 73bpm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상대 선수였던 헝가리의 머처시 러슬로 벌로그흐가 165bpm으로 측정돼 ‘수면 양궁’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다.
심박수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극한 상황에 내몰리면 아무래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성인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심박수를 측정하면 60~100bpm이라고 한다. 김우진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평상시 심박수를 유지했다는 의미다.
양궁 선수들의 심박수 측정 중계는 긴장감을 배가하는 역할을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과녁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실제로는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시청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면 위에 떠 있는 오리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국가대표 선수도 똑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지표이기도 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12일(한국시간) 흥미로운 소식 하나를 전했다. 올림픽 골프 여자부 금메달리스트 넬리 코르다(23, 미국)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심박수로 증명(?)했다.
코르다는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포커 페이스’로 유명하다. 평소에는 밝게 웃기도 하는 등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지만, 필드 위에서만큼은 냉철한 표정을 유지한다. 그런데 골프채널이 공개한 코르다의 심박수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골프채널은 ‘올림픽 골프 여자부 최종라운드에서 코르다의 평균 심박수는 128bpm이었다’고 전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걱정보다 환희가 절정에 달할 때 심박수가 더 크게 상승한다는 것이다. 우승 퍼트를 한 뒤 금메달을 확정했을 때 154bpm으로 상승했고, 시상대 위에서는 무려 172bpm까지 치솟았다. 소위 ‘가슴벅찬 환희’라는 게 심박수로 증명됐다는 의미다.
과거에도 코르다의 감정이 심박수로 드러난 적이 있을까. 골프채널은 코르다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첫 메이저 우승이던 지난 6월 KMPG 위민스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때는 평균 136bpm이었고, 최대 178bpm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으로 ‘극한의 환희’를 경험한 코르다가 그에 못지 않는 감정을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느꼈던 셈이다.
코르다의 심박수는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이러블 기기를 손목에 차고 경기해 측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