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1일 포천 아도니스CC에 깜짝 등장한 핫도그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대회본부
“대박.”
2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출전한 리디아 고(24, PXG)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수한 뜻으로 “명랑핫도그가 너무 좋다”고 말했는데, 대회장에 ‘핫도그 차’가 만화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선수의 러브콜에 기업이 응답한 사상 초유의 일이 1일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2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1, 6480야드)에서 벌어졌다.
리디아 고가 '최애 음식'으로 명랑핫도그를 꼽았다는 소식에 대회장에 등장한 핫도그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대회본부
핫도그 차를 발견한 리디아 고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한걸음에 달려가 일단 ‘인증샷’부터 남겼다. MZ세대 특유의 제스처인 가슴에 손을 모으며 “모든 선수는 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 29일 열린 대회 공식 미디어데이에서 “명랑핫도그를 너무 좋아한다.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후원 계약을 맺고 싶을 정도”라며 깜짝 ‘실명 토크’를 했다. 뉴질랜드 교포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드러낸 리디아 고는 한국에 올 때마다 즐기는 ‘최애 음식’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명랑 핫도그”를 꼽았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핫도그를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장강훈 기자
브랜드 명칭을 가감 없이 내뱉고는 “괜찮으냐”고 되물을 만큼 순수한 리디아 고의 진심이 명랑핫도그 측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업체 측은 이 소식을 들은 직후 포천 아도니스CC 측에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핫도그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싶다.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를 했다. 프로 대회라 출입 인원이 제한적이지만 코로나 확산 탓에 외부인 출입이 제한적이고, 튀김 음식이라 별도의 조리 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골프장 입장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골프장과 주최사(하나금융그룹)가 즉각 머리를 맞댔고, 푸드 트럭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실제로 메이저대회로 치른 KB금융그룹 스타챔피언십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으로 추로스와 커피를 제공하는 푸드트럭이 대회장에 터를 잡은 사례가 있다.
대회에 임할 때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의 리디아 고. 사진=장강훈기자
마침 명랑핫도그도 푸드트럭을 보유하고 있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는 리디아 고의 염원을 현실화할 기반이 조성됐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대회 운영 위원본부 측은 “리디아 고를 포함해 KLPGA투어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어 순수한 뜻으로 핫도그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명랑핫도그의 마음은 너무 감사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푸드트럭 내에서 직접 핫도그를 조리하는 분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모두 코로나 PCR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아야 대회장에 출입할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업체 측도 “당연하다. 세계적인 선수가 우리 브랜드 명칭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인데, 대회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조금이마나 도움을 주고 싶어 이 정도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는 게 마땅하다”며 기꺼이 받아들여 사상 초유의 일대 사건(?)이 성사됐다.
리디아 고(가운데)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1라운드를 앞두고 장하나(왼쪽), 박현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강훈기자
소식을 접한 리디아 고는 “왜? 나 때문에?”라며 놀란 토끼 같은 표정을 짓더니 연신 “너무 감사하다”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상상조차 못한 일이라는 듯 “(기자회견 내용을)보셨나 보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리디아 고는 “모든 선수가 나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나 자신을 칭찬해”라며 MZ세대 특유의 플렉스(Flex) 제스처를 취했다.
리디아 고는 “정말 감사하다. 무슨 말로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 통모짜(소시지 대신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 많이 먹을 예정”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그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유행어인 “대박”을 연신 외치며 실감 나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리디아 고에게 올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은 ‘한국의 정’을 만끽한 또 하나의 추억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