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무승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2 시즌이 막바지를 향하면서, 한국 여자 골프의 부진에 관한 이야기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까지 열린 LPGA 투어 26개 대회 중에 한국 선수들이 우승한 건 단 4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지난 6월 메이저 대회 KPGA 여자PGA 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우승한 뒤로 3개월째 한국 선수 우승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부진으로 꾸준하게 거론되는 과거 사례가 있다. 2011 시즌 한국 선수들이 단 3승에 불과했던 사실이다. 당시 한국 여자 골프는 7월이 돼서야 유소연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시즌 첫 우승을 거뒀다. 이어 10월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한 최나연, 11월 CME 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정상에 오른 박희영 등이 그나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한국 여자 골프가 꾸준하게 매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을 이어오다 올 시즌 들어 부쩍 우승이 줄어든 모습이다.
2011 시즌과 올 시즌 한국 여자 골프와 주변 상황에 관해 비슷한 면도, 다른 면도 있다. 우선 국내 최고 골퍼로 꼽히던 골퍼의 부상 이슈가 11년 전과 지금 같다. 2011년의 신지애, 올해 고진영은 전 세계 여자 골프 최강자로 꼽혔다. LPGA 투어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둘 다 세계 1위에 오르고, 한국 여자 간판 골퍼로 떠올랐다. 그러나 둘 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신지애는 당시 허리 부상 여파로 시즌 도중 휴식을 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고진영 역시 손목 부상 여파로 최근 한달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고의 골퍼들이 주춤한 사이에 국내의 다른 후발 주자들 중에 치고 나선 선수가 없는 것도 11년 전과 현재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퍼트를 준비하는 고진영의 뒷 모습. [사진 Gettyimages]
반면 주변 상황은 좀 다르다. 2011 시즌엔 청야니(대만)라는 '절대 1강'이 있었다. 2010 시즌 3승을 거두면서 한 시즌 다승에 처음 성공했던 청야니는 이듬해 한 시즌 7승까지 성공하면서 세계 골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올해는 '절대 1강' 대신 '다국적 춘추전국시대'가 LPGA 투어 판도를 형성했다. 2011 시즌엔 24개 대회에서 15명이 우승을 경험한 반면, 올해는 26개 대회에서 22명이나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었다. 제니퍼 컵초(미국)가 3승, 이민지(호주), 브룩 헨더슨(캐나다), 아타야 티띠꾼(태국) 등이 2승을 경험했지만 11년 전의 청야니 같은 '절대 1강' 골퍼는 없는 상태다. 그만큼 다른 나라, 다양한 선수들의 도전이 거세단 의미다.
이후가 중요하다. 2012년엔 신지애가 부상에서 회복해 2승을 거뒀고, 박인비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한국 여자 골프의 힘도 다시 커져갔다. 강자들이 여러 명 등장하면서 더욱 치열해진 2022년, 이번엔 한국 여자 골퍼들이 어떻게 고비를 넘길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