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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넘버 2’래, 나 ‘넘버 1’이야!

고형승 기자2022.10.17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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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한국 선수 통산 200번째 우승을 한 고진영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지난해 고진영의 우승으로 다양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기록은 역사를 만들어내고 그 역사는 다시 기록에 도전하려는 이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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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2위 고진영을 다시 1위로 만들어준 대회. 한국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200번째 우승을 하며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새긴 대회. 국내 1위는 세계 1위라는 공식이 입증된 대회 등 수많은 수식어를 남기며 지난해 LPGA인터내셔널부산에서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그 화려한 무대를 내려왔다.

국내 유일의 LPGA투어 대회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총상금 200만 달러를 걸고 부산에 있는 LPGA인터내셔널부산(구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서 2021년 10월 21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갤러리 없이 진행됐다. 모두 84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세계 랭킹 상위권에 포진한 고진영(대회 이전 2위)을 비롯해 박인비(대회 이전 3위), 김세영(대회 이전 4위) 등이 대거 참가했다.

당시 세계 랭킹 1위를 달리던 넬리 코르다는 언니 제시카(이상 미국)와 함께 불참했다.

고진영은 대회 2주 전 열린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넬리 코르다와 이전 1.44점 차를 불과 0.29점 차로 좁힌 상태였다. 대회 개최 일주일 전에는 다시 두 선수의 격차가 0.55점으로 벌어졌다. 2021 시즌 우승컵도 나란히 3개씩 품에 안은 상태였다.

결국 고진영이 넬리 코르다를 앞서기 위한 최고의 타이밍이 국내에서 개최되는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었다. 넬리가 불참을 선언한 것도 있지만 고진영의 하반기 페이스가 무척 좋았다.

7월에 시즌 첫 승을 거둔 고진영은 9월에 우승 한 차례와 공동 6위에 올랐고 10월 들어 공동 2위에 이어 대회 직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페이스만 놓고 보면 아직 세계 랭킹 1위와 0.55점 차로 2위인 게 억울할 정도였다. 고진영은 서두르지 않았다. 때를 기다렸고 대한민국 부산에서 상황을 뒤집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채워 넣었다.



국내파 사막여우의 거센 도전

BMW레이디스챔피언십 최종 성적만 놓고 봤을 때 톱 10에 든 선수 중 우리나라와 관련이 없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 앨리슨 리와 대니엘 강(이상 미국)을 제외하곤 모두 국적이 한국이었다. 엄밀히 따져 보면 리디아와 앨리슨, 대니엘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선수들이다.

쟁쟁한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4라운드 내내 보기 없이 버디만 22개를 쓸어 담으며 우승컵 경쟁을 연장까지 끌고 간 토종 선수가 있었다.

‘사막여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국내파 임희정은 세계 랭킹 1위를 넘보던 고진영과 대회 마지막 날 연장 승부를 펼쳤다.

사실 임희정은 나흘 내내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기를 단 한 차례도 범하지 않았고 연장 승부에서도 보기로 우승컵을 내준 것이 아니었다.

3라운드까지 임희정은 18언더파 198타로 고진영이 속한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며 멀찍이 선두로 달려 나갔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보기 없이 4타를 더 줄이며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노 보기 플레이)로 경기를 마쳤다.

임희정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우승하고 싶은 대회였고 우승을 목표로 하던 대회였다”면서 “나흘 동안 노 보기로 플레이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때마침 샷 감각이 고조되면서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져 성적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임희정의 우승 확률은 고진영이 전반 9홀을 마친 후 확연히 낮아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4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맞이한 고진영의 기세는 2번 홀부터 4번 홀까지 연속 버디를 낚으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7번 홀부터 9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임희정을 압박했다.

결국 두 선수 나란히 후반 9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를 각각 2개씩 기록하며 22언더파로 동타를 이룬 채 마쳤다.

임희정은 “막판 추격을 허용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4타 차이가 이렇게 좁혀져 연장까지 나가게 될 수도 있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고)진영 언니가 괜히 세계 랭킹 1위가 아니라는 걸 실감한 경기였다. 나중에 우승 경쟁을 할 때 당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고진영이 임희정의 완벽한 경기에 스크래치를 내면서 우승컵을 강탈해갔다는 뜻은 아니다. 고진영의 경기력도 ‘역시 고진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했다.



프로 데뷔 후 첫 연장전 승리

연장 첫 홀에서 공을 핀 1m 안쪽으로 붙이며 완벽하게 버디를 잡아낸 고진영은 경기가 끝난 후 공식 인터뷰를 통해 “(임)희정이에게 미안하다”면서 “함께 미국에서 활동하길 바랐는데 오늘 내가 운이 더 좋았던 것 같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희정이가 워낙 기본기가 좋아 경기력이 탄탄하고 흔들림 없었다. 열심히 하다 보면 2위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편안히 경기에 임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프로 무대 첫 연장 경험이었다. 정말 연장에 대한 부담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BMW레이디스챔피언십 우승으로 한국 선수가 LPGA투어에서 거둔 200번째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197번째부터 200번째까지 모두 그가 거둔 우승이었다.

고진영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신기한 우승이었다”고 했다. 그 우승으로 투어 통산 11승을 거뒀고 넬리 코르다를 0.02점 차로 제치며 4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로 복귀했다.

한편 임희정은 지난해 국내파로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올랐고 세계 랭킹도 41위에서 34위로 7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아쉽게도 임희정은 올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출전하지 못한다. 같은 시기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가 열리기 때문. 두 대회 모두 국내에서 열리므로 중계 시간까지 겹친다.

임희정은 “올해 BMW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되어 무척이나 아쉽다.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에서 다시 한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아쉬움을 한껏 드러냈다.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올해 10월 20일부터 4일간 오크밸리컨트리클럽에서 열리며 JTBC골프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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