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8년 전엔 안경 쓰고 우승한 모습이었는데, 이 사진이 업데이트될 수 있는 게 재미있네요. 하하. 올해 믿을 수 없는 한 해, 신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런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마친 뒤,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연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CME 글로브 레이스, 최저타수상 등 주요 개인 타이틀을 휩쓴 그는 "내가 겪은 가장 일관되고 튼튼한 해 중 하나였다"며 자신의 성과를 돌아봤다.
리디아 고는 10대부터 '골프 천재'라는 말을 들으면서 세계 1위로 떠올랐던 스타 골퍼였다. 2012년 만 15세4개월의 나이로 LPGA 투어 캐나다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고 2014년 특별 허가로 LPGA 투어에 입회한 뒤, 매년 세계 골프계를 흥분시켰다. 2015년 5승, 2016년 4승, 리우올림픽 은메달 등 숱한 성과를 내던 그는 10대 나이에 여자 골프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잦은 스윙 코치 교체 등으로 한때 기약 없는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2018년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서 한동안 우승과는 거리가 먼 플레이를 펼쳤다. 세계 랭킹도 추락했고, '잊혀진 천재'라는 우려도 낳았다.
그러다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찾아갔다. 멘털 트레이닝을 하고 요가를 하는 등 자신을 다스리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해 4월 롯데 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했고, 지난해 11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해 완전히 제 기량을 되찾았다. 이어 올 시즌 내내 일관된 플레이로 LPGA 투어에서 강자로 다시 올라섰다. 지난 1월 게인브릿지 LPGA에서 우승하고서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어 LPGA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까지 석권했다. 지난 2014년 우승했던 대회에서 다시 우승해 더 뜻깊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우승 후 리디아 고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축하를 받으면서 기쁨이 더했다. 그는 다음달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현장엔 예비 남편 정준 씨도 함께 있었다. 리디아 고는 "싱글인 상태에서 마지막 우승이 됐다. 내 가족을 위해 이걸(우승을) 하고 싶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예비 신부'의 화려한 시즌 피날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