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세계 2위였던 고진영은 1위를 한동안 유지하다 최근 5위로 내려갔다.
롤렉스 여자 골프 세계 랭킹은 최근 세계 여자 골프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2006년 2월 처음 도입해 최근 2년(104주)간 세계 랭킹에서 인정하는 투어에서의 성적을 종합해 매긴다. 한국에선 신지애, 박인비, 유소연, 박성현, 고진영 등 5명이 세계 1위를 경험했다.
6일, 12월 둘째 주 세계 랭킹이 발표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비롯해 한국, 일본, 유럽 투어가 2022시즌을 마무리했다. 때문에 1월 첫 주에 발표됐던 세계 랭킹과 2022시즌을 모두 마무리하고서 발표한 세계 랭킹의 차이가 어떻게 났을까 궁금했다.
2022년 12월 현재 세계 1위에 올라있는 리디아 고. [사진 Gettyimages]
세계 톱10을 비교했더니 이 자리를 지킨 선수는 7명이었다. 1월 첫 주 세계 랭킹에선 넬리 코다(미국), 고진영,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각각 1·2·3위에 올랐다. 또 하타오카 나사(일본)가 6위, 이민지(호주)가 7위, 김효주가 9위,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10위였다. 이들은 12월에도 세계 톱10을 유지했다. 리디아 고가 3승을 달성하면서 세계 1위에 올랐고, 코다가 2위, 이민지가 4위, 고진영이 5위, 헨더슨이 6위, 김효주가 9위, 하타오카가 10위에 랭크됐다.
반면 올해 초 세계 톱10이었던 세 골퍼는 순위가 많이 내려갔다. 1월 첫 주 4위였던 박인비는 12월 랭킹에선 31위까지 하락했다. 또 1월 첫 주 5위였던 김세영은 12월에 21위로, 8위였던 유카 사소(일본)는 33위에 그쳤다. 한해동안 부진했던 결과가 세계 랭킹에도 반영됐다.
올해 랭킹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세계 3위에 랭크된 아타야 티띠꾼. [사진 Gettyimages]
이들이 내려간 자리엔 다른 선수들이 대체됐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맹활약한 19세 골퍼 아타야 티띠꾼(태국)이 3위에 올랐다. 올해 1월 랭킹에선 20위였는데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려 한때 세계 1위까지 올랐다. 가장 다이내믹한 변화를 이룬 선수는 전인지다. 1월 랭킹에서 35위였던 전인지는 6월 KPMG 여자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순위를 끌어올리고서 12월 랭킹에서 8위에 랭크됐다. 꾸준하게 세계 톱10 안팎을 유지하던 렉시 톰슨(미국)은 1월 12위에서 12월 7위로 올라섰다.
올해 한국 여자 골프가 주춤한 한 해를 보낸 게 세계 랭킹에도 드러났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한 선수 중에선 전인지, 최혜진(56위→20위)을 제외하곤 대부분 주요 골퍼들의 순위가 내려가거나 큰 변동이 없었다. 그나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시즌 5승을 달성한 박민지가 1월 17위에서 12월 14위로 소폭 상승한 게 눈에 띈다. 올 시즌 KLPGA 대상을 받은 김수지도 1월 79위에서 12월 35위로 수직 상승했다. 세계 톱50에 오른 한국 선수는 1월과 12월 모두 13명으로 같았다.
한국 선수들의 부진을 틈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경쟁력을 과시한 경쟁국 골퍼들의 상승도 주목할 부분이다. 올해 42위로 출발한 레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순위를 높여 12월 랭킹에서 11위까지 올랐다. 또 1월 랭킹 29위였던 셀린 부티에(프랑스)가 12월 12위로, 1월 랭킹 44위였던 제니퍼 컵초(미국)가 시즌 3승 등으로 12월 13위까지 상승했다. 린시위(중국)는 1월 55위에서 12월 16위까지 올라 펑샨샨 은퇴 이후 중국 여자 골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세계 톱50에 일본 선수도 늘었다. 1월 랭킹에선 6명이었던 일본 여자 골퍼가 12월 랭킹에선 9명으로 많아졌다.
한국 여자 골프는 여전히 세계 최고다. 다만 올해 어느 때보다 다른 나라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이는 세계 랭킹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증명됐다. 2022시즌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확인한 셈이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 2023시즌 세계 여자 골프 지형은 어떻게 바뀔까.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