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
여자 골프 세계 랭킹인 ‘롤렉스 랭킹’. 이 랭킹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등 10개 여자프로골프단체가 공인한다. 여기에 AIG 위민스 오픈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US여자오픈을 운영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도 함께 한다.
그러나 롤렉스 랭킹 상위권 선수들의 대부분은 LPGA 투어 소속 선수들이다. 2월 6일 자 랭킹을 살펴보면 30위 이내의 선수들 중 28명의 선수가 LPGA 투어에서 활동한다. 남은 두 자리는 KLPGA 투어의 박민지(16위), JLPGA 투어의 야마시타 미유(일본·22위)다. 박민지는 지난해 6승, 야마시타는 5승을 거두며 각 투어를 휩쓸었기 때문에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었다.
박민지(왼쪽)와 야마시타 미유. [사진 KLPGA, Gettyimages]
왜 LPGA 투어에서 활동하면 더욱 높은 순위에 올라설 수 있을까? 답은 롤렉스 랭킹 산정 방식에 있다. 롤렉스 랭킹은 선수들이 2년간(104주)에 걸쳐 거두는 대회 성적에 따라 부여받는 포인트의 합을 참가한 대회 수로 나눈 값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중 가장 최근의 13주 동안의 성적은 큰 비중을 둔다.
랭킹 포인트는 ‘필드 레벨’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필드 레벨은 홈 투어에서의 대회 순위(지난 시즌 상금 랭킹)와 롤렉스 랭킹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LPGA 투어는 롤렉스 랭킹 400위 이내의 선수들과 지난 시즌 상금 랭킹 상위 30명 중 얼마나 많은 선수가 참가했는지를 평가해 필드 레벨을 측정한다.
LPGA, KLPGA, JLPGA의 모든 대회는 최소 50점의 필드 레벨 포인트(SOF)를 부여한다. 각 투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SOF를 정해진 순위까지 나눠 받는다. 이와 별도로 여자 골프 5대 메이저 대회(셰브론 챔피언십, US여자오픈,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AIG 위민스 오픈)는 우승 100점, 2위 60점, 3위 30점 등 정해진 점수가 부여된다.
김효주가 지난해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우승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있다. [사진 Gettyimages]
이런 방식 때문에 필드 레벨은 자연스럽게 각 대회의 경쟁력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9월 LPGA 투어 어메이징크리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한 안드레아 리(미국)는 24점을 획득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박민지가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19점을 얻었다. 포틀랜드 클래식이 톱 랭커들이 얼마 출전하지 않았고,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중 하나임에도 LPGA 투어의 점수가 더 높았다.
지난 시즌 LPGA, KLPGA, JLPGA 최종전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크다.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LPGA 투어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62점을 얻었다. 반면 KLPGA 투어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우승자 박민지와 JLPGA 투어 최종전 JLPGA 투어챔피언십 리코컵 우승자 야마시타는 모두 19점을 얻는데 그쳤다.
LPGA 투어 활동 없이 롤렉스 랭킹 상위권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2006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최초로 1위에 오른 후 다른 투어에서 1위 자리를 꿰찬 적이 없다. 신지애도 세계 1위에 올랐을 2010년에는 L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았다. 세계 최정상을 꿈꾸는 선수들이 LPGA 투어로 향할 이유가 충분하다.
고진영은 한국 선수들 중 가장 오랜 기간(145주)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사진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