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한 드라이브 샷을 때리는 박주영(왼쪽)과 이정은은 국내 투어에서 기반을 닦은 뒤 미국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박준석 사진기자]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노크하는 한국 선수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30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니스의 플랜테이션 골프장에서 열리는 Q스쿨 2차전에 박주영(호반건설), 이정은(교촌F&B) 등 한국 국적 선수 7명이 출전한다. 총 192명이 출전했고, 80위 안에 들어야 12월 3~7일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 LPGA 인터내셔널 골프코스에서 5라운드 경기로 열리는 최종 Q스쿨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최근 2년 동안 LPGA 투어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는 거의 없었다. 국내 투어가 커지자 굳이 미국으로 건너가 낯선 환경과 어려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미림(우리투자증권) 정도가 LPGA 투어행을 추진한 몇 안 되는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차 Q스쿨에 12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했고, 2차 Q스쿨에는 7명이 신청했다. 교포까지 더하면 그 수는 배로 불어난다.
세계 최고 투어에서 뛰고 싶다는 욕망과 동료의 성공 스토리에 따른 자극이 LPGA 투어 러시의 원인이 되고 있다. 프로 전향 후 LPGA 투어를 바로 노리기보다는 국내 투어에서 경험과 기반을 쌓은 뒤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희영(하나금융그룹)의 동생 박주영도 지난해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선전 이후 미국행 결심을 굳혔다. 그는 지난해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선두권 경쟁을 펼쳤고, 10위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자신감을 얻었다. 언니가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과 호쾌한 장타 기록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동기 이미림이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도 자극이 됐다.
박주영은 올해 전지훈련을 언니와 함께 미국 올랜도에서 하면서 LPGA 투어 도전의 밑그림을 그렸다. 박주영은 지난 22일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적응을 마쳤다. 올해 드라이브 샷 평균 거리가 263.58야드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는 박주영은 호쾌한 장타를 무기로 미국 무대를 겨냥하고 있다. 박주영은 “언니보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꼭 LPGA 투어에 진출해 기량을 검증 받고 싶다”고 말해왔다. 아직 프로 우승 기록이 없는 박주영이지만 도전 정신만큼은 높이 살 수 있다. 박주영은 1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치며 공동 11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2007년부터 국내 1부 투어를 뛰었고 4승이나 챙긴 베테랑 이정은도 도전을 택했다. 지난 24일 미국으로 건너간 이정은은 그 동안의 투어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LPGA 투어 진출을 노린다. 8년간 국내 투어에서만 맴돌았던 터라 이번 도전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이정은도 평균 257.25야드를 보내는 장타가 역시 장기다. 이정은도 1언더파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 중국의 CLPGA 신인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거머쥔 정예나도 출전한다. 정예나는 지난 3월 LET 미션힐스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박인비(KB금융그룹),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 국내팬들에게 알려진 바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에서 10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얻은 정예나는 내친김에 미국 투어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정예나는 1오버파로 시작했다.
이외 박지수와 제이시 전도 출전한다. 1차 Q스쿨을 통과한 아마추어 김수빈과 제니퍼 양도 피할 수 없는 샷 대결을 펼친다. 타이거 우즈의 조카 샤이엔 우즈도 LET 대회를 넘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기 위해 이번 Q스쿨에 참가한다. 우즈는 진행되고 있는 1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