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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감성 STORY>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기자2023.02.17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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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느닷없이 코로나가 우리를 엄습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금방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코로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젠 마스크가 일상이다. 마스크를 벗으면 오히려 사람의 얼굴이 이상하게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마스크를 벗으면 무서워 울기까지 한다. 어디 상상이나 했던 풍경인가.

이전에는 몰랐다. 일상의 소중함을..... 일상의 생경함이다.

대중 장소나 많은 사람을 만났을 때 누군가가 기침만 해도 우리는 즉시 그를 향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불쾌함을 드러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각종 언론들은 공공장소서 마스크를 벗거나 말하거나 재채기를 하면 안 된다는 부정적 프레임을 씌웠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비난하고 싸웠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사람들이 그때처럼 발열반응을 보이고 예민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참 지금 생각하면 무섭고 두려웠던 일이다. 코로나 환자가 골프장에 다녀가면 3일씩, 7일씩 골프장을 닫고 직원들을 봉쇄했다. 환자를 접촉했거나 전염 가능성 있는 사람을 발본색원해서 이동을 금지시켰다. 설사 기한이 해제되어 출근하더라도 그들의 근처에는 가려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매스컴을 통해 체득한 정보이기 때문에 더 무섭고 많은 사람들과 적대감을 드러냈다.

2023년 봄이 눈앞이다. 많은 골퍼들이 말한다. 눈치를 보지 않고 골프장을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물론 코로나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상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에 햇살과 바람 그리고 잔디에서 꼬물꼬물 올라오는 파란 기운이 더 새롭다고. 그렇기에 골퍼들은 올 봄에 찾을 골프장의 소중함을 지난 코로나 통제를 통해서 배웠다고. 그리고 아무리 통제한다고 해도 분명 봄은 온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몰아치는 겨울바람과 매서운 추위도 시간이 지나면 따듯한 바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죽지 않고 생겨나는 것은 없다. 지난해 떨어진 나뭇잎 끝으로 새순이 돋고 누렇게 드러누운 잔디에서 발끝을 간질이며 봄기운 못 이겨 새 싻이 나오려 하고 있다. 죽지 않고 생겨나는 것은 없다. 네가 죽고 썩어서 그 자양분으로 찬란한 봄은, 꽃은, 연둣빛 새싹은 나온다.

겨울 없이 봄이 저절로 온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 모진 추위 이겨내고 말라비틀어진 혈관으로 겨우 버티어내고서야 햇살 하나씩 끌어안으며 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순리고 질서이다. 골프와 삶도 순리를 어겨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골프장이 잘된다고 이익만 쫓았다. 요즘 줄어든 골퍼들로 인해 골프장들이 우울해한다. 자연의 진리이다. 소탐대실이다. 달디 단 욕망의 끝엔 쓰디쓴 절망도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 본다.

뇌는 언제나 새롭고 낯설고 신기한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코로나의 욕망에 절대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네 삶도 뇌와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뇌는 특정 향기와 특정 대상을 연결시키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커피 향을 맡으면서 물고기를 바라보면 뇌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후각의 기억을 교란시키는 것은 뇌를 자극한다.

분명코 많은 사람들은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새롭고 안전하고 따듯한 골프장을 추구할 것이다. 겨울을 거치지 않은 봄이 없듯이 코로나19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자유롭지 못했던 그 순간이 일상으로 가는 향기로운 꽃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아름다운 골프 라운드를 하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말이다. 다가오는 찬란한 봄에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면서 바이러스가 없는 하늘을 향해 하얀 볼을 탄주 시킬 수 있다는 행복을 말이다. 분명 이 소중함은 위기와 아픔 없이 올 수가 없다. 매일 비가 오지 않는 좋은 날만 계속된다면 아마 우리 자연은 모두 사막으로 변할 것이기에 일상의 감사함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종현 시인은…
골프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매혹, 골프라는’ 외에 골프 서적 10여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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