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묻는다. 골프 좀 쉽게 칠 수 없냐고. 사람들은 답한다. 거리 많이 나는 A드라이버를 쓰라고. 그래서 구입한 드라이버가 5개가 넘는다. 다시 묻는다. 그래서 거리는 좀 느셨냐고.
새해가 오면 모든 클럽 회사들은 말한다. 직전 모델보다 무려 10야드가 더 나간다고. 이걸 10년 치로 모아보면 100야드는 더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비거리는 그리 쉽게 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는다. 골프와 첨단과학이 만나서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물론 1980년대 130CC의 퍼시몬 드라이버를 사용했을 때보다 1990년 초 캘러웨이가 내놓은 190CC 메탈 드라이버 비거리는 분명 늘었다. 이후 캘러웨이 250CC의 빅버사 헤드가 나오면서 그만큼 클럽 조작 능력이 좋아져 스윙이 쉬워졌다.
골퍼들은 열광했다. 놀라운 과학의 결정체라고. 이후 2000년을 맞으면서 토미아머에서 최초 티타늄 소재 클럽을 선보인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많은 브랜드들이 티타늄 클럽을 생산해 냈다. 초대형, 초경량 460CC 헤드 페이스로 볼을 맞힐 수 있어 그만큼 볼 다루기가 쉬워졌다. 130CC 퍼시몬 드라이버로 골프를 배운 골퍼들은 “억울하다”, “우린 얼마나 어렵게 골프를 배웠는데”라며 배 아파한다.
이 모든 것이 첨단과학이 만들어 준 덕이다. 하나 더 보탠다면 1990년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가 끝나자 전쟁 무기 소재인 티타늄이 골프 클럽에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클럽 소재가 점점 과학화되자 오거스타 골프장을 비롯해 전 세계 골프장들은 전장을 늘리고 난이도를 더 높이고 있다. 첨단과학으로 인해 골프 본연의 본질이 변하고 있어서다.
최근에 기가 막힌 장비를 들고 와서 골프장에 접맥시키면 대박이 나지 않겠냐는 분들도 있다. 골프 볼에 센서 칩을 넣어서 자신의 볼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찾아 왔다. 골프 볼에 야광 칼라를 씌워서 낮은 물론이고 밤에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는 분도 있다. 한술 더 떠 각 골프장 홀마다 GPS 폴대를 세워 날아가는 공의 위치를 파악해 골퍼에게 알려준다는 시스템까지 들고 온 분도 있다. GPS 거리 측정기 하나면 거리와 높낮이 그리고 볼을 찾아주는 기능까지 만들었다며 이것만 있으면 그만큼 라운드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라고.
시간은 돈이라는 철저한 상업적 욕망을 씌워 골프장에 제안하겠다고 한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솔깃하다. 플레이가 빨라지면 하루 7분 간격을 6분으로 줄이면 12팀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를 한 달로 계산하면 360팀이고 이를 1년으로 하면 4320팀이다. 1인당 20만원으로 따지면 1년에 8억6400만원의 매출이 더 창출된다. 이것이 골프장 1분의 경제학이다. 충분히 솔깃한 제안이며 첨단 과학이 매출 증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정말 그럴까. 골프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안 되고,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운동이라고 했다. 그래서 끝없이 도전하고 죽을 때까지 클럽을 못 놓는다. 골프가 그렇게 쉬워지면 아마도 골프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4C경 스코틀랜드의 양을 치던 어느 목동이 자연에서의 무료함을 풀밭과 여우 굴 등에서 착안해 놀이로 승화시켰을 것이다. 골프만큼 자연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운동은 없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메카니즘 적인 것을 배제한다. 쉽게 볼을 찾는다면 골프가 아니다. 찾았을 때의 희열, 못 찾을 때의 리커버리 하려는 집중력, 이 모든 것이 자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첨단 장비를 통해 떨어진 볼 지역을 정확하게 장비가 찾아준다면 골프를 왜 쳐야 할까. 벙커와 해저드 그리고 러프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해리바든은 “바람은 훌륭한 교사이다. 바람은 그 골퍼의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가르쳐 준다”고 했고 찰스 맥도널드는 “바람은 골프 최대의 재산이다. 바람의 변화로 1개의 홀이 여러 개의 홀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골프가 자연을 극복하고 자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선물이다. 그런데 자연을 거스르는 첨단과학의 힘으로 얻어진다면 골퍼 간의 변별력도 상벌도 사라져 흥미를 잃게 된다. 나를 극복하려는 것들이 줄어들게 된다.
어쩌면 찰스 프라이스가 말한 “위대한 코스는 초자연적인 어려운 최종 홀을 갖고 있다. 냉정한 플레이어와 혼란에 잘 빠지는 플레이어를 구별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야구와 럭비는 비가 오면 중단하지만 축구와 골프는 비가 오면 일단 진행부터 한다. 비는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단 퍼트를 할 수 없을 만큼의 자연이라면 자연에 굴복하고 중단한다. 이것이 골프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종현 시인은…
골프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매혹, 골프라는’ 외에 골프 서적 10여권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