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토마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3위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경기 도중 동성애 혐오 욕설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 8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 7474야드)에서 새해 첫 대회인 PGA 투어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가 막을 올렸다. 이 대회는 전년도 우승자들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지는 대회로 왕중왕전 격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수가 대폭 줄어 올해 대회에는 지난 시즌 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출전자 30명에게도 출전 대회가 주어졌다.
올해도 왕중왕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번 대회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저스틴 토마스다. 지난해 우승자로 타이틀 방어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시작으로 한 해 5승을 쓸어담으며 이 대회와 연이 깊은 선수다. 올해도 대회 첫날부터 선두로 나서며 타이틀 방어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2라운드에서는 선두 자리를 내어주긴 했어도 선두와 2타 차 공동 2위로 여전히 우승권이었다. 물론 3라운드 역시 성적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샷과 퍼트가 문제였다. 2번 홀(파3)에서 버디로 출발했지만, 4번 홀(파4)에서 약 1.5m 거리의 짧은 파 퍼트가 홀컵을 살짝 빗겨나가며 아쉽게 보기를 범했다. 그러자 토마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동성애자를 모욕하는 단어를 내뱉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토마스의 음성은 그대로 중계 방송을 통해 노출됐다.
이후 5번 홀(파5)에서 이글로 만회하는 듯 했지만, 6번 홀(파4)에서 더블 보기로 다시 한 번 흔들렸다. 다만, 4번 홀에서처럼 욕설을 하지는 않았다. 토마스는 8번 홀(파3)과 9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전반 홀을 마쳤고, 12번 홀(파4)에서 버디, 14번 홀(파4)과 15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경기를 마쳤다. 토마스는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7언더파를 기록했다. 공동 선두 그룹에는 4타 차 공동 5위다.
왕중왕전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골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토마스의 수준 낮은 욕설은 충격적이었다. 토마스 역시 이를 인지했고, 경기를 마친 뒤 곧바로 사과했다. 그는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어른으로서 하지 말아야할 짓을 했다. 정말 부끄럽고 끔찍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며 "내 욕설로 인해 기분이 나쁘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PGA 투어에서는 스콧 피어시(미국)가 자신의 SNS에 동성애자임을 밝힌 정치인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려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피어시의 후원사였던 타이틀리스트와 제이린드버그 등이 후원을 중단했다.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은 당시 사건에 대해 "골프는 만인을 위한 스포츠다.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현지 기자 kim.hyeonji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