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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전설'오초아 만난 고진영,차세대 여제 후보로 우뚝

이지연 기자2019.07.30 오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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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는 고진영.그의 뒤로 이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던 일본 출신의 골프 스타 미야자토 아이가 보인다. [P.Millereau/The Evian Championship]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대회장에 나온 고진영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조우했다. 오초아는 2003년 LPGA 투어에 데뷔해 통산 27승(메이저 2승 포함)을 거두고 2010년에 은퇴한 골프 여제다. 올해의 선수상과 시즌 최저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각각 네 차례나 수상했고, 지난 2017년에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고진영은 캐디 데이브 브루커를 통해 오초아를 소개받았다. 브루커는 오초아의 현역 시절 그의 백을 멨던 베테랑 캐디다. 고진영은 "캐디 덕분에 오초아를 만날 수 있었고, 너무 행복했다. 오초아가 '버디를 많이 잡으라'고 덕담을 해줘서 '그러겠다'고 답했다"며 "비가 내리고 번개도 치는 좋지 않은 날씨였지만 모든 선수에게 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선수가 아닌 내 스윙과 스코어에만 집중하면서 버디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효주에 4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우승 가시권에 있고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LPGA 투어 5대 메이저 제패에 도전한 박인비(31)나 US여자오픈(2017),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2018)에 이어 메이저 3승째에 도전한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고진영은 "3라운드를 마치고 기사를 봤는데 내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감사하기도 했지만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 열심히 쳐서 기사가 많이 나오게 하고 싶다는 목표를 만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진영의 침착한 플레이는 악천후에 더 빛을 발했다. 폭우로 경기가 2시간여 지연된 뒤 출발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는 뒷심을 보였다. 고진영의 최종일 스코어는 본선에 진출한 72명의 선수 중 5언더파를 친 제니퍼 컵쵸(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스코어였다. 고진영은 "비가 많이 오면 그린이 많이 느려질 것으로 생각해 거리감을 맞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 밖에는 늘 하던대로 같은 루틴을 지켜 플레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효주와 컵쵸, 펑샨샨(중국) 등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에비앙 퀸'으로 우뚝 선 고진영은 우승이 확정되고도 담담했다.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때보다 담담한 모습으로 두 팔을 활짝 벌려 인사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시상식이 시작되자 두눈에 눈물이 고였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전통적으로 전문 스카이다이버가 우승 선수 국가의 국기를 온몸에 두르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세리머니를 한다.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고진영은 눈가를 훔치며 감격에 겨워 했다. 고진영은 "안 울려고 했는데,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니까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벅찼고, 감격스러웠다.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운 날"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메이저 2승을 포함해 시즌 3승을 올린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데뷔 2년 만에 '차세대 골프 여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2위였던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박성현을 제치고 다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우승 상금 61만5000달러(약 7억2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198만3822달러(약 23억5000만원)로 상금 부문에서도 이정은(23·164만5015달러)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기존 1위였던 올해의 선수 부문(189점)에서 2위 박성현(111점)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더 확고히 다졌다. 이 밖에 평균 타수(69.109타), 그린적중율(78.9%)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각종 부문에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했다.

고진영은 "올해 골프가 더 좋아졌다. 드라이브 샷 거리나 아이언, 퍼트 같은 부분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며 "코스에서는 캐디가 중요한데 올해 지금의 캐디와 함께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오는 8월 1일 개막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다시 한번 정상 도전에 나선다. 고진영은 이 대회에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015년 초청 선수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출전해 최종 라운드 13번 홀까지 3타차 단독 선두를 질주했지만 신들린 퍼트로 추격해온 박인비에게 역전패했던 기억이 있다. 박인비는 고진영을 꺾고 4대 메이저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4년 만에 달라진 신분으로 정상 도전에 다시 나서는 고진영은 "2주 연속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어서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 동안 잘 회복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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